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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후 Talk] 조국 장관님! 힘센 사람 '숨겨주는' 검찰개혁 원하시나요?

등록 2019.09.17 11:54 / 수정 2019.09.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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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법조 비리 당시 홍만표 검사장을 숨겨준 법무부


◆ 검찰의 힘은 '숨기는'데서 나온다.


2016년 '정운호 법조 비리'로 시끄러웠습니다. 한 부장판사는 기자에게 "법원은 검찰같이 '숨기지' 못해 힘이 약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판사는 "법원은 일반인 누구나 방청 가능한 공판을 열고 일반인이 조금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판결문으로 결과를 말한다." 며 "판사는 항상 공개된 상황에서 재판을 진행해 모든 판결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당시 논란이 되던 고위 법관들에 대한 방어 논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법원이 검찰보다는 낫다.'는 물 타기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검찰의 힘은 '숨기는' 데서 나온다"라는 말.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법무부의 1호 개혁 조치?


◆ 검찰개혁 1호가 피의 사실 공표?


그런데 민주당과 법무부가 검찰개혁 첫 번째 과제로 '피의 사실 공표죄'를 들고 나왔습니다. 법무부 시행규칙으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미리 언론에 흘려 재판도 받지 않은 피의자가 '유죄' 취급을 받는 것을 막겠다는 겁니다. 또 검찰이 그동안 자신들에게 유리한 피의 사실은 언론에 적극 흘려 힘을 키운 '적폐'를 청산하겠답니다. 원론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검찰은 분명 피의 사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공표해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피의 사실 공표를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일까요? '검찰은 '숨겨서' 얻는 힘도 있습니다.


2016년 7월 TV조선 미르·K스포츠재단 최초 보도


◆ 4개월 동안 국정농단 공표 안한 착한 검찰?


불과 3년 전입니다. 2016년 7월 TV조선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특종 보도한 뒤 검찰은 4개월 넘게 침묵을 지켰습니다. 시민단체의 고발이 들어왔지만 검찰은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만 해둔 채 '피의사실 공표죄'를 금과옥조처럼 지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조금 더 남았다면 검찰은 '숨긴' 공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을 겁니다. '정윤회 문건'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처럼요. 하지만 11월부터 조금씩 공표되는 피의 '사실' 덕분에 견제가 시작됩니다. 모든 언론이 '국정 농단'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2016년 11월 20일 당시 이영렬 서울 중앙지검장은 최순실을 기소할 때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합니다. 이 지검장은 카메라가 꺼지자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도 피의자로 입건했다."라는 폭탄 발언도 합니다. 그날 박근혜 대통령 이름이 수십 차례 담긴 공소장도 공개됐습니다. 한 신문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공소장 전문을 신문 한 면에 담기도 했습니다. 조국 장관의 법무부에서 보기에 7월의 검찰은 착하고 11월의 검찰은 적폐인가요?


'최순실 특검' 브리핑


◆ 최순실 특검의 브리핑 피의 사실 공표죄에 해당 되나요?


최순실 특검 당시 이규철 특검보는 카메라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독일 도피 기간 중에도 하루에 2~3번 꼴로 차명폰을 이용해 전화 통화를 했다"라며 증거인멸 피의 사실을 직접 언급합니다. 3년 후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최성해 총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다'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압수수색 전에 동양대 PC를 외부로 반출했다'라는 증거 인멸 시도가 알려집니다. 정 교수는 강력 반발했습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해당 피의 사실들은 검찰이 아닌 정경심 교수와 관련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겁니다.) 국민들이 '힘센 피의자'들의 피의 사실을 재판 전에는 무조건 몰라야 맞는 건가요? 그러다 검찰이 '증거가 없다'라며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어쩌죠? 피의 사실 공표죄는 공소시효가 5년입니다. 만약 정경심 교수에 대한 보도가 피의 사실 공표죄에 해당 된다면 국정농단 수사도 마찬가지로 그 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공익에 맞는 원칙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당한 '공익' 없는 피의 사실 공표는 물론 처벌돼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견제'까지 무력화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2011년 조국 교수의 트위터


◆ 조국 "피의 사실 공표도 정당한 언론의 자유면 불벌"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마약 투약 무마' 의혹을 받는 가수 비아이와 YG 양현석을 공개 소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피의자 공개 소환 불가'를 외치는 상항에서 공개 소환은 쉽지 않다"라고 전했습니다. 3년 전 수사기관은 비아이가 마약 구입 관련 대화를 나눈 메신저 내용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수사치 않고 숨겼습니다. 국민과 언론의 견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 '봐주기 의혹'에 대해 다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조국 법무부의 '비공개 소환' 수혜자 1호가 정경심 교수가 아닌 비아이나 양현석이 될 것 같습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이 말했습니다. "숨는 자가 범인이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에 대한 피의 사실을 숨기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요? 검찰이 '살아있는 힘센 권력자' 주변 사람의 피의 사실을 숨기고 국민과 언론은 검찰의 깜깜이 수사에 간섭하지 못하고 그러다 유야무야 사건이 종결되면 그게 착한 검찰인가요? 그러면 조국 장관님은 법무부의 인사권을 이용해 그 착한 검사들을 승진 시켜 주실 건가요? 그때도 옳은 것은 지금도 옳은 겁니다. 2011년 5월 故 김홍영 검사가 존경하는 은사였다는 서울대 법과대학 조국 교수님의 리트윗 글이 답 같아 보입니다.

"피의 사실 공표도 정당한 언론의 자유 범위 안에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벌"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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