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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년 없는 세상

등록 2019.09.19 21:46 / 수정 2019.09.1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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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얼굴, 정감 어린 표정, 단순한 선, 고급스러운 유머와 지적 품위…"

문학평론가 이남호 교수가 짚어낸 김도원 화백 삽화의 매력입니다. 김 화백은 올해 여든넷입니다. 그림 인생 60년 중에 50년을 조선일보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25년 전 붓을 버리고 컴퓨터 앞에서 전자 펜을 잡았고, 지금도 컴퓨터 게임을 즐깁니다. 이따금 야한 그림을 그려 심의기관의 비공개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야한 것을 저질로 그리느냐, 품위 있게 그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지난해 암 수술을 받고도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복귀한 날 신입사원처럼 떨렸다고 합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보다 좋은 보약도 없을 겁니다.

내년부터 정부가 예순 살 정년 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장려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정년을 없애거나, 연장하거나, 정년은 그대로 두고 계속 고용하는 사실상 정년 폐지를 3년 뒤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생산 인구가 줄고 성장이 가라앉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잘 아시듯 먼저 해결할 일이 산더미 같습니다. 더 나빠질 청년 일자리와 기업 부담은 어떻게 하고, 국민연금 받는 나이와 노인복지 기준연령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고용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노동개혁부터 추진하고, 임금체계를 바꾸고, 청년 일자리 대책을 보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업 열에 일곱이 정년을 늘린 뒤에야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정년 정책은 치밀하고 공정하게 준비해도 성공시키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선거를 비롯한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성급하게 손댔다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도 엄청날 겁니다.

그래도 기왕에 정년 연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쓰레기 줍고 잡초 뽑는 허드렛일로는 그 취지를 살리기 어렵습니다. 길어진 수명만큼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실현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 그것이 먼저여야 할 겁니다.

9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정년 없는 세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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