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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 대 검찰총장

등록 2019.09.30 21:49 / 수정 2019.09.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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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후 2대 검찰총장은 김익진이었습니다. 그는 1950년 자유당 정권의 묵인 아래 고문과 사건 조작을 일삼던 정치공작대를 수사합니다.

대통령이 "관여하지 말라"는 특명까지 내렸지만 무시하고 백명 넘는 대원을 잡아들이지요. 그러자 대통령은 다시 "기소하지 말라"는 친서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는 "불기소 처분은 법에 어긋난다"는 답을 보내고 기소를 강행합니다.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두면 나쁜 선례가 돼 검사들이 소신껏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가 결국 서울고검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습니다.

그래도 버티다가 결국 누명을 쓰고 파면됩니다. 나중에 무죄 선고를 받기는 했지만 정신적 충격과 영양실조로 실명까지 하고 결국 세상을 떴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를 내고 검찰총장이 반박성 입장을 밝히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익진처럼 대통령의 압력과 지시를 내친 검사들은 자유당 정권 때 존재했지만 이번 공방은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이튿날 대검찰청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대통령은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적폐 수사'를 받던 전 기무사령관과 현직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습니다. 대통령이 그때 인권을 강조했다면 이번 메시지가 보다 큰 힘을 얻었을 겁니다.

청와대와 여권은 조 장관만이 검찰 개혁을 해낼 수 있다며 검찰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할 말을 했습니다만 얼마 전 나온 현직 검사의 비유 다시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조 장관이 개혁을 말하는 것은 유승준이 국민에게 '군대 가라'고 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은 오늘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또다시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조국 사태의 확실한 당사자로 전면에 나섰다는 것을 선언한 형국입니다.

그러면서 사태의 본질, 정의와 공정은 간 곳 없고 온 나라가 이념과 진영의 대결장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도대체 조국이 이 정권에 어떤 존재이기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갈라지고 쪼개지고 찢겨야 합니까?

9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 대 검찰총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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