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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장추적] 논밭에 '유령주택' 수십 채…"보상 노린 외지인들"

등록 2019.10.04 21:37 / 수정 2019.10.0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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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 화성의 한 농촌 마을에 이렇게 비슷한 모양의 단층짜리 소규모 주택이 늘어섰습니다 사람이 안 사는 이른바 '유령 주택'으로, 이 지역이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건데요. 보상을 노리고 지어진 것으로 추정돼, 해당 시가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법적 절차대로 이뤄져 강제 철거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불편은 거주민들이 감수하고 있습니다.

현장 추적, 장혁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가을 수확을 앞둔 경기도 화성의 농촌 마을. 그런데 들판 한쪽에 농촌과 안 어울리는 이상한 주택들이 보입니다. 슬라브와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비슷한 모양 조립식 주택 수십 채. 집 앞까지 도로가 나 있고 주소 표지도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흔적은 안 보입니다. 집 주위를 둘러봐도 세간이나, 공구, 농기 등은 없고 앙상한 나무 몇 그루만 심어져 있습니다. 집 안을 들여다보니 전기와 상하수도는 끊겼고 건축자재만 널브러져 있습니다. 다른 집도 비슷한 상황. 대부분 문마저 꼭꼭 잠겼습니다.

마을에 들어선 주택단지입니다. 집과 집 사이가 굉장히 비좁은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집 한 곳을 골라서 들어가보면 지금 공사가 덜 끝난채 내부가 방치돼있는 상황이라 사람이 살 곳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들 집에는 누가 사는 걸까.

마을 주민
"(이 앞에는?) 다 빈 거 같던데"

마을 주민
"없어요. (사는 사람이) 아직은 없어요."

수십 채 가건물은 사람이 안 사는 '유령 주택'인 셈인데 주변엔 제법 큰 건물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상한 주택 건축이 시작된 건 2년 전. 화성시 화옹지구가 수원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갑자기 외부인이 몰려들어 주택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주민
"보상 타 먹으려고 지었겠지, 뭐하러 지었겠어."

군공항이 들어서면 토지가 국가에 수용되고 신도시 택지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돈 겁니다.

부동산 투자 유튜브 영상
 "저희는 서수원 군 공항 이전사업을 활용해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거예요."

취재진이 두 달 동안 네 번을 방문했지만 대부분의 집은 텅 빈 그대로였습니다. 어렵사리 만난 한 조립식 주택 주인은 주말농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조립주택 주인
"제가 할 일 없이 와가지고 나무 심고 비오는데 이렇게 하겠어요?"

이런 '유령주택'은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화성시 원안리, 호곡리 등 곳곳에 97채나 지어졌습니다.

김상영 / 원안1리 이장
"전입신고를 한 사람이 있어. 전화해보면 거주 안 한대 전화해보면 '거주는 여기 안 하고 있다' 그런 거지."

낮에는 공사 차량이 오가고 밤이면 불이 꺼져 을씨년한 '유령 주택가'. 이웃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합니다.

마을 주민
"벽 떨어져가지고 새로 수리했어요. 타일이 밖으로…(땅이) 울리니까"

마을 주민
"무섭죠. 가로등만 안 들어와도…"

외지인들이 주민등록까지 옮기고 적법하게 짓다 보니 인허가를 막지도 못하는 상황.

화성시 관계자
"저희가 실제 거주하는지 여부를 판단을 해서 마치 사는 것처럼 꾸며놓고 계신 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계속…"

이전 부지도, 보상안도 결정 안 된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을 놓고 애꿎은 농촌 마을만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김부순 /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여기가 우리 집이야. 근데 공사 차 오면 집이고 담이고 죄다 무너질까 봐 걱정이야."

TV조선 장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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