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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바람이 지난 자리에 꽃이 핀다

등록 2019.10.20 19:44 / 수정 2019.10.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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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은 조직의 비정함을 명대사들로 얽어낸 명품 느와르물로 꼽힙니다. 두목은 아끼는 부하에게 벌을 주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장이 누군가에게 실수했다고 하면 실수한 일은 없어도 실수한 사람은 나와야 되는 거죠. 이번 일은 손목하나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책임이 없는 곳에 기강이 설 수 없다는 결기가 보입니다. 

66일 간 이어졌던 조국 사태는 많은 국민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사이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죠. 주권자인 국민은 책임을 요구하지만 청와대는 "송구스럽다"는 한마디뿐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2005년 이기준 교육부장관 낙마 파문 때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을 경질하며 이렇게 사과했습니다.

노무현
"국민들에 대해서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의 것이다."

조국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노영민 비서실장은 며칠 전 청와대 직원들에게 대추를 돌렸습니다. 포장지 안에는 자신이 쓴 싯구가 있었습니다. '바람 지나간 자리에 꽃이 핀다' 민심의 냉혹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참모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글귀는 아닌 듯합니다.

바람이 지나간다고 쉽게 꽃이 피는 건 아닐 겁니다. 바람은 꽃잎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이 송나라 싯구처럼 권력의 꽃 역시 민심의 바람에 덧없이 흩어집니다.

조국 사퇴 이후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한명도 없다"고 했습니다.

책임지는 자가 없으면 책임질 일이 또 생기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국민들이 제 2의 조국을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바람이 지난 자리에 꽃이 핀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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