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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합법적 불공정' vs '공정을 가장한 기망'

등록 2019.10.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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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합법적 불공정."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꺼내든 용어다. '조국 사태'를 염두에 둔건데, 정확히는 "국민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했다.

수사 중인 사안, 그것도 전날 11개의 죄명을 붙여 검찰이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법률가 출신인 대통령이 보기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이자 특권"때문에 빚어진 일이라 제도개혁으로 풀 문제이지, 불법성은 없어 보인다는 주장을 시정연설을 통해 펼친 셈이다.

묘한 건 수사 종착지로 향하는 검찰도 '공정'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점이다. 지난 15일 웅동학원 채용비리 관련 조 전 장관 동생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범 2명의 공소장엔 이들의 업무방해 혐의 관련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사실상 이미 OOO이 최종 합격자로 내정돼 있었음에도 마치 공정하게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그 사실을 모르는 다른 교직원들을 기망하여…."

사건의 전모에 접근한 검찰의 눈엔 제도 속에 숨어있던 합법적 불공정이나 특권이 아닌, '공정을 가장한 기망,' 즉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검찰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추가기소 시점에 공개될 조 전 장관 부인 정 교수의 공소장에도 이 '공정을 가장한 기망'이란 표현은 무수히 등장할 것으로 본다. 입시부정과 사모펀드, 웅동학원이라는 3개의 바퀴로 굴러온 검찰 수사의 칼끝이 모두 조 전 장관 일가의 "공정을 가장한 속임수"를 겨냥해왔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의 직접 연루 여부가 드러날 경우, 취임사에서부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핵심가치는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조국 일가 수사결과 발표에 담길 무수한 '불공정'한 불법행위가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공정' 가치를 향한 도전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합법적 불공정"이라는 기묘한 포장에 검찰이 물러서서도 안 된다. "정무감각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처럼 그의 운명일 뿐이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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