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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제 조국

등록 2019.10.24 21:45 / 수정 2019.10.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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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세상을 지배했지. 내 말 한마디에 바다가 출렁거렸어… 이제는 방에 갇힌 신세 되어 깨닫네, 내 성은 소금과 모래 기둥 위에 서 있었음을…"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백성에게 끌어내려진 왕의 탄식을 노래합니다. 작년 말 조국 민정수석이 페이스북 첫 화면에 첨부했던 곡이지요. 자신의 운명을 내다본 선곡 같기도 합니다만 특수감찰반 문제로 사퇴 요구가 쏟아질 때여서 이렇게 "맞으며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곡 첨부한 것이 '항복은 없다' 였습니다. 그는 입버릇처럼 '끝까지 가겠다'고 했습니다. 민정수석 그만두고 서울대에 복직했을 때도 "맞으며 가겠다"고 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끝까지 청문회를 하겠다"고 했지요. 장관 취임식에서는 "허물과 책임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고, 사퇴 전날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소원한 대로 끝이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아내가 구속돼 그도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졌습니다.

그가 반복해온 "아니다, 모른다"는 답변 중에 하나만 돌아보겠습니다. "이번 일이 터지고서야 사모펀드가 뭔지 공부하고 알았다"고 했지만 7년 전에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문제를 잘 안다"고 했었지요. 그는 장관직 사표 수리되고 20분 뒤 팩스로 서울대에 복직을 신청했습니다. 복직 뒤 등산을 다니면서도 이 달 봉급 4백80만원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총장은 "강의도 못하면서 꼭 그렇게 복직해야 했나 싶다"고 했습니다.

페이스북 첫 화면을 프로필 사진, '프사'라고 부르고 사진을 수시로 바꾸는 것을 '프사놀이'라고 합니다. 조국 전 장관은 아내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한밤중에 프사를 10분 사이 세 번을 바꿨다고 합니다. 사퇴 후에도 프사 바꾸기는 계속됐습니다.

그가 사노맹 동지였던 박노해 시인의 시를 책에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크기로 이기는 거다. 미래의 빛으로 이기는 거다. 인간은 후지면 지는 거다…"

연극도 영화도 공감이 생명입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조국 전 장관의 짧은 글에 열광했던 것 역시 기막히게 공감의 지점을 찾아 들어갔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말과 행동의 이 기막힌 부조화를 이제 그가 법 앞에서 어떻게 설명할 지 궁금해집니다.

10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이제 조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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