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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방위비 압박, 그 끝은

등록 2019.11.13 21:48 / 수정 2019.11.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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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에 자원 참전한 미 공군 대위 지미가 1952년 B52 폭격기를 몰고 출격했다가 격추됐습니다. 그는 미8군사령관이자 유엔군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의 외아들이었습니다. 참모들은 수색작전을 벌이자고 건의했지만 밴플리트는 물리쳤습니다. "다른 작전이 내 아들 찾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돌아올 희망이 사라진 뒤 그는 실종된 장병의 부모들에게 위로 편지를 띄웠습니다.

"모든 부모님이 저와 같은 심정일 겁니다. 친구를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는 것보다 위대한 사랑은 없습니다"

여기서 '친구'는 물론 한국을 가리킵니다. 6·25에는 미군 장성 아들 백마흔두 명이 참전해 서른다섯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이 갑시다…"

'같이 갑시다'는, 6·25 때 미군 포스터에 맥아더, 백선엽 장군과 함께 이렇게 등장한 이래, 피로 엮인 혈맹을 다지는 미군의 구호가 됐습니다. 정치바람을 타고 한미동맹이 흔들릴 때마다 적어도 미군 지휘부만은 "같이 가자"며 철통같은 동맹을 다짐하곤 했습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방한을 앞두고 "보통의 미국인들은 주한미군이 왜 거기에 필요하느냐고 묻는다"고 했습니다. 제3자 화법을 쓰긴 했지만 미군 최고 지휘관이 미군 감축과 철수 가능성을 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입니다. 전임 던퍼트 합참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돈을 떠나 한미동맹이 왜 중요한지 끈질기게 설득했던 것과는 백팔십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외교적으로야 어떤 협상전술이라도 쓸 수 있지만 군은 동맹의 마지막 버팀목입니다. 방위비를 더 받아내기 위해 군까지 이렇게 나선 것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미국이 세계를 이끈 것은 총과 돈으로써가 아니라 자유와 인권 같은 큰 가치를 옹호했기 때문" 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가치를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미군 필요 없다고 하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우리가 처한 안보 환경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여권에서는 방위비 협상을 깨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합니다만 대안 없는 결기로 맞설 일은 더더욱 아닐 겁니다.

친구보다 돈이 더 좋다고 한다면 당장 내 줄 것은 내 주더라도 무엇을 얻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번 협상이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 외교의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11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방위비 압박, 그 끝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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