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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슬픈 현실 인식

등록 2019.12.03 21:47 / 수정 2019.12.0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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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장을 해제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했던 경고입니다. 무장을 해제시키겠다는 말이, 우리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헛나가 버렸지요. 부시는 말실수가 잦아 부시즘이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습니다만 사실은 상당한 독서가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주로 묵직한 역사서와 국제정치 서적을 읽었습니다.

그의 독서 목록에 오른 저자가 "부시도 책을 읽느냐"며 놀라워하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읽는 책은 대통령의 생각과 관심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 지난 주말 연가를 낸 문재인 대통령이 세 권의 책을 읽고 "우리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준다"고 추천했습니다.

그중 김용옥 교수가 얼마 전 유시민씨 유튜브에서 한 말을 엮은 책이 눈길을 끕니다. 김교수는 여기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은 아주 개체적인 사건이고, 천안함 폭침은 진상규명이 안 됐으며, 김정은 위원장을 "내가 사랑하는, 순진한 사람" 이라고 했습니다. 단편적 사례입니다만 대통령이 이 책을 국민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이라고 소개한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는 국민이 적지 않습니다.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의 당사자가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이 일고 있는 울산시장은 대통령이 그의 당선을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던 사람입니다. 대통령 측근이자 실세 이름도 여럿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두 의혹은 조국 사태보다 훨씬 큰 폭발력을 품고 있습니다. 정권의 도덕성이 의심받는 만큼 대통령이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검찰을 독려할 사안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책 세 권을 읽은 사흘 휴식을 마치고 출근한 청와대 회의에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전 민정특감반원 죽음의 책임을 사실상 검찰에 돌리고 나섰습니다. 침묵하던 민주당에서도 검찰을 성토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권이 정권의 도덕성과 관련한 이 중요한 문제를 진실게임 양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조국 사태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검찰은 피의사실이나 흘리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그리고 비판 언론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적폐의 온상으로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고 하든 가짜가 진짜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말이지요.

12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슬픈 현실 인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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