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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임동호의 "내 친구 임종석"…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등록 2019.12.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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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입'이 연일 화제다.

특히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을 '친구'로 칭하면서 발언에 무게감이 더 실렸다. 덕분에 임 전 실장과 한 전 수석은 20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당시 친구인 임종석 실장과 한병도 수석이 오사카 총영사직을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임 실장, 한 수석,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사적으로' 만날 때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고도 했다.

하지만 상대 측은 모두 황당해하고 있다. '자리 제안'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임 전 최고위원과 그런 대화를 나눌 만한 '친구'는 아니라는 얘기다.

임 전 실장 측 한 관계자는 "임동호 전 위원을 모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나눌 사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임 실장에게 이런 인연은 한 트럭이 넘는다"며 "필요할 때만 소울메이트라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부터 일했던 청와대 모 인사도 "임동호 이름 석 자만 들어봤다"며 손사래를 쳤다.

임동호·임종석·한병도 등과 저녁 자리를 같이 한 사진이 찍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에 "1년에 한두 번 정도, 여름에 겨울에 식사하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했다. 통상적 의미의 친구라면 적어도 1년에 두 번만 보진 않을 것이다.

서로가 다르게 이해하는 이 '친구'라는 단어는, 과거 운동권 문화가 낳은 괴물 같다. 함께 고락을 겪은 '동지'들이 요즘의 정치판에선 '친구'로 변모돼 남용되고 있어서다.

충남 아산에 출마하는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블로그에 "가까이에는 제 가족과 임종석 비서실장이 있다"며 "일사천리라는 말처럼 모든 것을 알고 함께 해주는 신체와 같은 분"이라고 했다. 친구를 넘어 몸의 일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의욕이 과하면 왜곡도 일어난다. 대선 캠프에서 외신대변인을 했던 한 인사는 '문재인의 대변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마 도전장을 냈다. 당시 캠프 대변인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엄연히 사실과 달라도,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항의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엄동설한에 길거리에서 선거 유세를 시작한 후보들에게 차마 모질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분통이 터지지만 정치인이라서, 정치 문화라서 감수해야 한다고들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출마를 위해 떠나는 참모들과 일부러 개별 사진을 찍어주며 친밀한 사이를 강조하도록 했다.

임 전 최고위원의 입을 차마 '가볍다'라고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이유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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