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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분노로 쪼개진 나라

등록 2019.12.20 21:47 / 수정 2019.12.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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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아버지다…"

'스타워즈'에서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했던 명대사입니다. 그가 원래 우주를 구원할 '선택된 자'였다는 스승의 이 말도 유명하지요.

"너는 선택받은 자였다…"

그 대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하늘을 쳐다보며 써먹습니다.

"나는 선택된 자…"

이 말을, CNN은 "구세주를 자칭하는 언어" 라고 했습니다.

그런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만큼 집착하는 것이 타임지 '올해의 인물' 입니다. 그의 재선캠프가 올해의 인물 툰베리에 트럼프 얼굴을 합성한 타임 표지를 올렸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타임은 이미 표지 3부작을 실어 그를 야유했습니다. 집무실에 몰아닥친 폭풍우는 정책 혼란을 풍자한 것이고, 포르노배우 성추문으로 물에 반쯤 잠긴 트럼프, 그리고 입막음 돈을 줬다는 폭로로 둥둥 떠다니는 트럼프를 그렸지요.

그러나 트럼프는 스캔들은 물론 뮬러 특검도 무사히 비켜갔습니다. 그리고 미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에서 탄핵됐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합니다.

탄핵을 최종 결정하는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긴 합니다만 이번사태로 둘로 쪼개진 미국의 현 주소가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하원 표결 결과가 민주-공화 양당 분포와 거의 일치한 것부터가 정파적 양극화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 줬습니다.

과거 공화당의 닉슨을 몰아낼 때 공화당 의원들까지 특위에서 활약했던 건 미국도 이제 옛날 얘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미국 역사학자 스나이더 교수는 '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돌아온 권위주의'를 고발합니다.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고 분노를 가르쳐 국민을 편 가르는 정치인을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미국 언론들은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트럼프 시대의 언쟁을 피하는 요령을 다뤘습니다. 한 신문은 "정권은 유한하지만 가족은 영원하다"며 "서로 상처 주지 말자"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트'자도 꺼내지 말라는 당부가 우리 현실과 신통하게 닮았습니다. 지지 정당에 따라 탄핵 찬반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도 우리 여론조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가 조국사태 때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뉜 찬반집회를 민주주의 위기의 상징적 장면으로 제시한 것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 오늘입니다.

12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분노로 쪼개진 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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