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등록 2020.01.05 19:45 / 수정 2020.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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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12월 30일 고종은 스스로 머리를 자릅니다. 새해에 맞춰 바로 이 단발령을 포고하기 전에 먼저 시범을 보인 겁니다. 하지만 개화를 명분으로 단행한 단발령은 거센 반발로 민심이반을 불러왔고, 스스로 황제가 돼 추진했던 광무개혁도 결국 실패합니다. 사가들은 개혁의 이면에 황제권과 황실재정을 키우려는 고종의 욕심이 숨겨져 있던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사실 '개혁'이라는 말이 붙으면 명분도 생기고, 꼭 해야할 일로 포장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그래서 실제 내용을 더 잘 따져보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겠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이 서양 격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검찰권 남용을 막고 권력을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을 17번이나 언급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도 개혁에 동참하라고 했습니다. 그래놓고는 법이 규정한 검찰총장과의 협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검찰 인사를 단행한다고 합니다.

만약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 권부 핵심을 향하고 있는 수사 검사들이 인사의 대상이 된다면 초유의 일이 됩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분신처럼 아끼던 안희정 강금원 두 사람이 구속되는 대선자금 수사때도 검찰 조직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 2004년 3월 11일, 특별 기자회견
"(검찰이) 때로는 너무한다 싶은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러한 검찰이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며.."

검찰을 개혁하자,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 줄탁동시하자, 이런 좋은 말들과는 달리 뒤로는 정권 지키려고 검찰에 칼을 댔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될 겁니다. 오늘 저와 통화한 전직 검찰총장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수사 검사를 인사조치한다면 그 순간 직권남용이 될 것이며, 훗날 그 검사들로부터 수사받게 될 것이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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