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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란 폭격과 평양

등록 2020.01.0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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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진에 고립된 아군 구출작전은 할리우드가 즐겨 다루는 소재입니다. '에너미 라인스'는 보스니아 내전 때 격추됐던 미군 정찰기 조종사 이야기이고, '론 서바이버'는 아프간전쟁 때 탈레반 요인을 잡아오려다 거의 전멸했던 특공대 실화지요.

하지만 이제는 보기 힘든 옛 얘기가 됐습니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첫 정찰 임무에 투입됐고, 아프간 전쟁 시작과 함께 처음 원격 공습에 나선 무인항공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군이 화면으로 표적을 보며 무인기를 조종해 미사일을 쏘는 장면에 누구보다 놀랐을 사람이 북한 김정일입니다. 그는 곧바로 25일 동안 공개 활동을 중단하고 은둔했습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낼 무렵 어울리지 않게도 국제 반테러협약에 두 개나 가입했습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한 뒤 이라크전쟁이 터졌을 때도 50일이나 잠적했습니다. 

미국이 본토에서 무인공격기 드론을 조종해 이란 2인자를 제거한 뒤 김정은 위원장이 나흘째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금수산궁전 참배소식을 전하면서 시기와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입니다.

우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가 의도했든 안 했든,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는, 소름 돋는 경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김일성이 6.25 때 체험한 폭격 공포는 트라우마처럼 3대를 이어옵니다. 판문점 도끼만행 때 B-52 핵 폭격기가 출격하자 김일성이 직접 사과한 것 역시 공포의 수준을 말해줍니다. 2016년 4차 핵실험 직후 스텔스기 넉 대가 출동했을 때 북한 매체는 금수산궁전 참배 시각을 밝히지 않은 채 김 위원장 부부가 걸어가는 사진만 실었습니다.

트럼프의 이란 참수작전은 미 국방장관이 북한을 향해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지 반나절 만에 벌어졌습니다. 트럼프는 오늘 북한이 약속을 지킬 거라 믿지만 깰 지도 모르겠다는 이중 화법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연말 재선에 북한이 걸림돌이 된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위협으로 들립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운이 감돌면서 당장 원유수급이 불안해지고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미-북 갈등에도 어떤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우리 정부의 안보-외교가 또 한 번 긴박한 시험대에 섰습니다.

1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이란 폭격과 평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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