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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엇이 중한데

등록 2020.02.03 21:53 / 수정 2020.02.0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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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 2편을 보면 어린 대부 비토가 홀로 미국으로 건너옵니다. 하지만 뉴욕 엘리스섬 이민 심사대에서 천연두 증상이 의심돼 독방에 갇힙니다. 창밖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쓸쓸히 노래하던 비토. 엘리스섬에는 20세기 초까지 천6백만 이민행렬을 심사하고 검역하던 이민국이 있었습니다. 문제가 있는 입국자를 차단 격리하기에 섬이 알맞았던 겁니다. 캐나다가 19세기 아일랜드 이민이 몰려들 때 발진티푸스를 막으려고 만 명을 가둬 격리한 곳도 섬이었습니다.

호주 정부는 9.11 테러가 터지자 본토에서 2천6백km나 떨어진 크리스마스 섬에 수용소를 짓고 난민과 이민자를 가뒀습니다. 폭동까지 일어났던 그 수용소가 이번엔 신종 코로나 격리시설이 됐습니다. 외국인 입국자가 아니라 중국으로 전세기를 띄워 실어온 호주 국민 6백명을 수용한 겁니다. 참 매몰차게 보이지만 그만큼 무서운 것이 전염병입니다.

우리 정부가 우한과 후베이성에 머물렀던 중국인과 외국인의 입국을 내일부터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5백만명이 우한을 빠져나갔고 감염자가 중국 전역에 퍼진 지 오래여서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인 관광비자와 관련해서는, 발급을 중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낸 지 두 시간 만에 '검토 예정'으로 바꿨는데 여기엔 또 무슨 사정이 있었을지요?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10여 개 나라는 중국인과 중국 체류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전면 금지했고, 60여 개국이 다양한 형태로 입국 제한조치를 내려둔 상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루 중국인 입국자가 2만명에 이르는 인접국이면서도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은 오늘 참모들에게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연대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온 국민이 감염 공포에 떨고 있고,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들은 살 길이 막막하다고 아우성입니다. 유치원,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맞벌이 부모들은 멘붕에 빠졌습니다.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지 가늠하기 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이웃 걱정이 얼마나 국민들 마음에 와 닿을지는 의문입니다.

방역 전쟁의 성패는 무엇보다 신뢰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행보는 국민의 믿음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을까요. 국민의 안전 말고 눈치 보는 곳이 또 있는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2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무엇이 중한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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