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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헬리콥터 머니

등록 2020.03.30 21:54 / 수정 2020.03.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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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리프행어'는 산악 구조대원이 현금 1억 달러를 탈취한 악당들과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절벽에 매달린 사람' 이라는 제목처럼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했지요. 이 영화 클라이맥스에 주인공이 악당의 헬기에 돈 보따리를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없는 천 달러짜리 지폐들이 헬리콥터 회전날개에 날리면서 절벽으로 흩뿌려져 내립니다. 돈 비치고는 허망한 돈 비였던 셈입니다.

'헬리콥터 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196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쓴 이래 경제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치 헬리콥터에서 천 달러 지폐를 뿌리듯 "경제가 침체되면 공짜 현금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이 '헬리콥터 머니'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스페인, 그리고 우리까지 여러 정부가 국민 대다수에게 현금을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물론 우리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초유의 일입니다.

한 집에 백만 원이라는 돈은 당장 사정이 급한 사람에게는 단비같이 절실할 겁니다. 반면 여유가 좀 있는 사람은 용돈이나 공돈이 생겼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재난지원금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돼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경제사정이 벼랑에 매달린 듯 화급해서 당장 일괄 지원이 불가피하다고는 해도 짚어볼 점은 짚어 봐야 합니다. 지원금을 조달하느라 적자 국채 발행을 계속 늘린다면 이 정부든, 다음 정부든 큰 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빚은 결국 국민, 특히 자라나는 우리 청년 세대들의 어깨 위에 얹힐 겁니다.

지원금을 풀어 소비를 북돋운다는 효과는, 사람들이 돈을 쥐고 쓰지 않았던 일본의 전례를 보더라도 확실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진 않았는지도 따져 볼 일입니다. 지자체장들이 마치 선심 쓰듯 너도 나도 현금 다발을 꺼내 드는 것도 국가차원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시장경제 제1 원칙이기도 하지요. '헬리콥터 머니'의 주창자 프리드먼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책을 썼습니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위기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현금 지원을 한없이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언젠가는 날아들 점심 청구서를 염두에 두고, 보다 긴 안목으로 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세워가야 할 때입니다.

3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헬리콥터 머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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