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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집밥의 재발견

등록 2020.04.10 21:54 / 수정 2020.04.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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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내 새끼들, 그래도 밥은 먹고 해야지…"

여행스케치의 노래 '집밥'은 배우 엄앵란씨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집밥이 너무 그립다. 바깥 밥에 이젠 정말 물려버렸다. 숭늉이 너무 그립다. 장국이 너무 그립다…"

그리고 다시 엄앵란씨 목소리로 끝나지요.

"차려놓으면 먹지도 않는 것들이, 그냥…"

어머니가 고슬고슬 갓 지어 따순 밥만큼 편안한 냄새가 또 있을까요.

"밥 냄새는 구수하다. 뜸드는 밥솥 곁에서 평생을 사신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나의 예수여!"

늦은 퇴근길, 시인은 버스를 기다리면서부터 집밥 냄새에 설렙니다.

"먼 불빛 아래로 돌아가면 아내는, 더운 밥 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살아 있음이여.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이여..." 

그리운 밥 냄새가 요즘 집집마다 풍겨납니다. 외출을 삼가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밥 차려먹는 집이 부쩍 늘었습니다. 열에 여덟이 집밥을 챙겨 먹는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외식과 포장, 배달 음식은 다 합쳐도 열에 두 명이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이 고생입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또 차린다는 '돌밥 돌밥'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그래도 가스불 앞에 서는 남편이 늘어난 건 좋은 일입니다. 차려준 밥 무심코 먹다가 거기에 밴 고단한 노동을 새롭게 깨닫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엄마들의 온라인 카페에 때아닌 남편 요리 자랑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물론 현실 속 남편 요리, 아빠 음식은 대참사로 끝나곤 하지만 말이지요. 

식구들이 둘러앉은 밥상에서는 맛있는 반찬에 젓가락이 몰리며 소리를 냅니다. 젓가락이 엇갈리는 것은 가족이 서로 살을 비비는 것입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 지나며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진하게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박목월 시인이 찬미한 봄 밥상을 떠올려봅니다.

"냉잇국 한 그릇. 풋나물 무침에 햇김. 투박한 보시기에 끓는 장찌개… 자연의 쓰고도 향긋한 것이여…"

메마른 혼밥 시대에 봄처럼 달콤 쌉싸름하게 돌아온 집밥 전성시대. 코로나 '탓'이 아니라 코로나 '덕분'이라고 말해보는, 드물고도 반가운 일입니다.

4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집밥의 재발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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