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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버지의 이름으로

등록 2020.06.01 21:50 / 수정 2020.06.0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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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사형선고를 받자 부인 이희호 여사가 편지를 썼습니다.

"당신이 받는 엄청난 고난을 보며 시편 22편을 읽고 기도 드립니다."

구약의 시편 22편은 다윗의 외침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로 시작하지요.

2002년 아들 김홍걸씨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을 때, 이 시편 22편의 또 한구절이 등장했습니다.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추해도 신은 기쁘게 구원하신다는 뜻으로 이 여사가 변호인에게 손수 적어줬다고 합니다. 홍걸씨도 최후진술에서 "신이 주신 시련을 달게 받겠다. 학업을 계속해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노무현 정부 때 사면을 받았고 민주당에 입당해 이번에 비례대표가 됐지요.

그런데 국회 등원 직전 아버지의 40억 유산을 놓고 이복형 홍업씨와 다툰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홍걸씨가 동교동 사저 명의를 이 여사에서 자신으로 바꾸고 노벨평화상 상금을 은행에서 찾아가면서 시작된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홍업씨가 사저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자 홍걸씨가 다시 이의신청을 한 상태라고 합니다.

홍업씨는 이희호 여사의 유언을 삼형제가 확인한 문서를 제시하며 홍걸씨가 유산을 강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확인서에는 동교동 사저는 기념관으로 쓰고 상금은 기념사업회에 기부한다고 돼 있습니다.

반면 이 여사 소생인 홍걸씨가 유일한 법적 상속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민법상 아버지가 먼저 숨지면 전 부인 아들과 새 부인 사이 친족관계가 소멸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홍걸씨가 명의를 옮겨놓고 별도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이 무엇이든 이 다툼이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런지요? 김홍걸 의원은 35년 전 아버지로부터 "동교동 집은 내 힘으로 마련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도와줘 생겼으니 공공 목적으로 쓰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집은 물려받을 게 없고 정신은 물려받겠다"고 했지요. 그런 김 전 대통령이 지금 하늘에서 두 아들의 유산 분쟁을 내려다본다면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6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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