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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후 Talk] 추미애 장관의 검찰 개혁 최측근 된 죄수…'양심고백'의 신뢰성

등록 2020.06.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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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 발언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가 된 '죄수'

며칠 전 기사를 쓰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 재소자가 저지른 전과를 쭉 모아 보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과가 있다고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또 동종 전과가 있을 경우 법원은 가중 처벌을 내립니다.

최근 한 죄수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 불쏘시개가 되고 있습니다. Ministry of Justice. 정의를 지키는 장관이 그의 증언을 "엄밀하게 보라"고 살뜰히 챙깁니다. 그런데 이 죄수 말을 믿기에는.추 장관님. 죄송한데 동종 전과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재소자 최 씨의 진술 변화


9년 만에 "검찰 위증 지시했다" 죄수의 증언

2011년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사건 8회 공판. 죄수 최 모 씨가 증인으로 나옵니다.

최 씨는 "한만호가 여러 재소자 앞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준 사실을 구체적으로 말했다"라고 주장합니다. 또 "한만호가 8·15 특사가 좌절되자 진술을 번복할 계획을 세웠다"라고 증언합니다. "한만호가 진술 번복 계획을 세우고 메모해서 외우기까지 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라고 강조합니다.

최 씨는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한만호가 검찰에서 "한 전 총리게에 뇌물을 줬다"라고 진술했다가 법원에서 "뇌물을 준 적이 없다"라고 말을 바꾸자 이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런데 최 씨. 9년이 지난 지난 2020년 4월 7일. 법무부에 진정서를 하나 냅니다. "당시 검찰의 회유로 위증을 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추미애 법무부장관관.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의 진정으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누구나 납득하게 엄중히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립니다.

재소자 최 씨의 '동종' 전과


"피고인은 교도관을 형사처벌 받기 위해 무고했다"

지난 2014년 1월. 수원 구치소 7층 2사 4방. 최 씨는 고소장을 하나 씁니다. "김 모 교도관이 저를 성추행했습니다" 법원은 1심에서 교도관이 아닌 최 씨에게 징역 8개월은 선고합니다. 재소자 최 씨가 교도관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를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심에서 죄수 최 씨는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다. 반성문 2장 쓰고. 공탁금 100만 원도 법원에 냅니다. 최 씨는 피해자랑 합의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교도관은 이를 거절합니다. 그래도 노력이 가상해서 법원은 징역 6개월로 감형해 줍니다.

또 있습니다. 최 씨 지난 2008년 2월 서울중앙지검 구치감에서 동료 죄수에게 말합니다. "마약 사범 검거하는 데 공적을 쌓도록 도와주고 검사에게 선처 받도록 청탁해 주겠다" 1700만 원 받았습니다. 그것도 안 들키려고 가족 명의로 받았습니다. 죄수 최 씨 법원에서 또 징역 8개월 확정 판결 받았습니다.

동종 전과 2번뿐일까요? 최 씨 지금도 감옥에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최 씨 인터뷰를 감옥에서 했는데. 최 씨가 어떤 죄로 수감 중인지는 잘 말하지 않습니다. 현재 징역을 받은 사유는 '보이스 피싱' 죄 입니다. 최 씨 예전에 마약으로 수 차례 징역 9년 가까이 선고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징역 다 합하면 10년 넘습니다. 일개 기자가 아는 내용인데. 추 장관님이 모르실까요? 하지만 추 장관님은 죄수 최 씨를 철석같이 믿는 것 같습니다.

재소자 최 씨의 '검사 청탁' 전과


■ "
수사할 때 관종 죄수들이 많이 붙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큰 사건을 수사할 때는 원래 죄수들이 많이 붙는다"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죄수들이 어떻게든 정부에 좋게 보이려고 "내가 더 큰 비리를 안다"라며 편지를 엄청 보내는데 대부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가볍게 보지 말라"라며 최 씨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특이한 건 죄수 최 씨가 이번엔 누가 가르쳐준 양(?) 고소장이 아닌. 진정서를 썼다는 겁니다. 과거 처벌받았던 무고죄를 피하려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위증 지시가 없었다면 검찰을 무고한 것이 될 수 있으니요.

한 법조인은 "진정서는 촉구를 하는 것이라 무고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최 씨가 똑똑해졌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한명숙 사건

사실 죄수 최 씨는 9년 전 한명숙 재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최 씨의 증언을 '전해 들은 것'일뿐이라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전 총리는 수많은 '객관적 영수증' '수표' '장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결국 최 씨의 증언 2011년부터 지금까지 한 전 총리 사건 재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죄수 최 씨는 동종 전과가 많아서 9년 전이나 지금 모두 믿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법무부가 이런 죄수 최 씨의 입을 빌려서 한명숙 재조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9년 전에 "재소자 신분인 최 씨를 검찰이 협박해서 위증을 회유했다"라고 하는데. 최 씨 지금 신분도 재소자 아닌가요? 이번 정부는 '착하기' 때문에 9년 전 과는 재소자를 다르게 대하고 있으니 안심하면 될까요?

칸트는 사람을 도구로 써서는 안된다고 했지요. 정권 때마다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죄수. 그만하고 놓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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