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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장밋빛 희망고문"

등록 2020.06.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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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년째 집안에서 살고 있다. 10년간 계속된 나만의 정리정돈은 이제 예술의 경지에 올라섰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처럼 갈 곳도 일 할 곳도 없어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라 부릅니다.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장기 경제 침체 때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 상당수가 히키코모리가 됐다죠. 당시 일본 정부는 경제 어려움에도 줄곧 실제 성장률보다 1%p 이상 높은 전망치를 내놨습니다. 잠시 경제가 나쁠 뿐 곧 좋아질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하며 돈을 마구 푸는 단기 부양책을 지속했고 결국 경제 불황은 20년 간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127만 8천명, 역대 최대치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마저도 고용 유지를 위해 3천 억원을 투입한 결과입니다.

최악의 일자리 성적표를 받고도 우리 정부는 좋은 면만 보려 애씁니다.

김용범 / 기재부 1차관
"실업률 상승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와 여건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긍정적 측면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경제 낙관론은 처음이 아니죠. 2년 전, 일자리 급감 통계에 일자리 비서관은 "5월치고 봄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이라며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고 지난해 4월 실업률이 1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을 땐 대통령은 성공을 얘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중소기업인 대회 (2019.05.14)
"통계와 현장의 온도 차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고… "

물론 경제는 심리라, 의도적으로 장밋빛 기대를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은 낙관주의에 대해, "적포도주와 같다. 하루 한 잔은 좋지만, 하루 한 병은 해로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복된 낙관에 가려 경제 상황을 오진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린다면 그 부작용은 국민이 겪어야 합니다. 이웃나라의 실패한 과거가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장밋빛 희망고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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