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스등 효과

등록 2020.06.15 21:51 / 수정 2020.06.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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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 고결한 아름다움으로 세계를 매혹시켰던 잉그리드 버그만. 그녀에게 첫 아카데미상을 안긴 명화가 '가스등' 입니다.

파렴치한 악당에게 속아 결혼하고 철저하게 조종당하는 부잣집 상속녀를 연기했지요. 영화에서 남편은 가스등을 조작해 그녀를 정신이상자로 몰아갑니다. 불빛을 줄여 그녀가 어둡다고 할 때마다 '당신이 이상하다'고 타박합니다. 그녀는 판단력을 잃고 무기력하게 종속됩니다.

그런 심리 조작과 통제를 가리키는 용어가 가스등 켜기, 즉 가스라이팅입니다.

지난 총선 때는 어느 당 '영입 인재'와 사귀었던 여성이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요.

며칠 전엔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이 말이 나왔습니다. "북한은 한국이 관계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기에 한국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대적 행동을 군에게 넘긴다"며 노골적인 도발 협박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확고한 군사대비를 하겠다"며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8천만 겨레 앞에서 한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했고, 여권은 종전선언 결의안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를 향한 모독이 더더욱 아프고 참담합니다. 옥류관 주방장까지 나와 속되고 저열한 표현으로 욕을 해도 그저 듣고만 있는 그 깊은 뜻을 국민들이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오면서 말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만은 없다는 의지를 우리도 표현할 필요가…"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때 정부가 대북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48시간 내 군사행동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시한이 다가오자 먼저 회담하자고 나와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당시 빛을 발한 것이 국민 여론의 결집이었습니다. 젊은 병사들은 전역을 연기하며 전선을 지켰고, 정부는 강력한 응징을 천명했고, 국회는 초당적 대북 규탄 결의안을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심리학에서 가스라이팅 피해자가 보이는 증상으로 이런 것들이 꼽힙니다. 늘 가해자에게 사과한다, 가해자를 감싸고 변명한다, 간단한 결정도 하기 힘들다….

6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가스등 효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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