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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조식과 조국

등록 2020.06.23 21:51 / 수정 2020.06.2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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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지리산 자락 덕천강변에 소박한 기와집이 있습니다. 큰 선비 남명 조식이 스스로를 가다듬고 제자를 가르쳤던 산천재입니다. 남명이 심어 4백쉰 살 된 매화나무가 봄이면 기품 있는 연분홍 꽃을 피우지요. 남명은 평생 임금의 부름도, 벼슬도 마다하고 올곧은 학자로 살며 의병장만 해도 쉰 명을 길러냈습니다. 그가 집 앞 덕천강을 보며 읊은 시 한 구절 보시지요.

"내 오장육부에 티끌이 생긴다면 바로 배를 갈라 강물에 흘려 보내리…"

집 뒤쪽 기념관에는 그가 차고 다녔던 방울과 칼이 있습니다. 방울소리로 늘 정신을 일깨우고, 사사로운 욕심이 솟으면 단칼에 베어버리겠다는 뜻이었지요. 그러면서 일생토록 타락한 권력을 질타하고 무기력한 서생들을 꾸짖었습니다.

그런 선생을 느닷없는 조국 칭송에 끌어들인 사람이 있습니다. 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입니다. 그는 "남명이 한때 살던 김해 옆에 창녕 조씨 집성촌이 있는 진해 웅동이 있다"고 웅동학원을 거론하면서 "남명이 조국 전 장관의 선조"라고 했습니다. 창녕 조씨는 36만명에 이르고 분파만 마흔일곱 개입니다. 그런데 웅동과 김해가 가깝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렇게 단정한 겁니다.

당장 남명을 시조로 모시는 문정공파 후손이 "조국을 남명과 연결 지으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이자 모독"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황 최고위원은 "직계 선조는 아니지만 문중이 모두 받드는 선조"라고 말을 돌렸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도 조 전 장관을 개혁정치가 조광조에 비유했다가 한양 조씨 문중으로부터 "망언을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았었지요.

"꾸어온 조상은 자기네 자손부터 돕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훌륭한 분을 자기 조상처럼 꾸며 내세워봐야 쓸 데 없는 짓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황 최고위원은 자기 집도 아닌 남의 집 족보까지 미화하며 추켜세우기 바쁩니다.

"각시가 고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어쨋던 그의 변함없는 조국 바라기만큼은 감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구설을 만들어낸다면 정작 조국 본인이 좋아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6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조식과 조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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