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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독배를 삼킨 공룡 여당

등록 2020.06.30 21:50 / 수정 2020.06.3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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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총알 배달시대가 아무리 편리해도 시장통 밥 배달만큼 정겨울 순 없을 겁니다. 밥상만한 쟁반을 층층이 쌓아 아슬아슬 이고 가는 이 모습을 시인은 쟁반탑이라고 했습니다.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양은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에,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

시장 상인들 따숩게 먹이는 밥이 시인의 눈에는 고승 몸에서 나온 사리 못지않게 빛납니다. 근대 고승 경봉스님은 누군가 "사리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이런 선문답을 했습니다.

"요즘 곡식이 귀하다오."

그런 경봉과 무소유의 법정은 "내 사리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엄히 당부했지요. 사리란 형체가 있건 없건 참된 수행으로 이뤄내는 고귀한 정신일 겁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참기만 하면 사리가 생긴다고 아는 모양입니다.

"상대방을 참고 또 참고 참으면서 사리가 아마 몇 바가지가…"
"참고 또 참고.. 사리가 생기기 시작할겁니다"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다 집어삼킨 건 전두환 정권 때나 있었던 일입니다. 이런 헌정사의 오점을 찍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참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뒷얘기를 들어보면 여당이 참고 참았다는 것도 결국 그동안 야당 몫으로 배려했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였을 뿐입니다. 다음 대선에서 이긴 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갖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하니 애당초 양보할 생각은 없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긴말 삼가겠습니다.

국민들의 뜻이 이런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쨋든 여당은 이제 국회를 완벽히 장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추경 예산 예비심사는 단 하루 만에 끝냈습니다. 그것도 정부안보다 3조천억이나 늘려서 말이지요.

여당만의 법사위 역시 날개를 달았습니다. 감사원장에게 검찰을 감사하라고 했고, 법원행정처장에게는 한명숙 사건 법원 판단이 잘못됐다고 압박했습니다. 공수처 출범은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이고, 기관-위원회의 여당 추천 몫도 늘리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민주당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였던 모양입니다. 절제와 겸손, 타협과 협치의 미덕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라 안팎의 위기가 엄중합니다. 여당이 초인적인 능력으로 이 위기를 타개해 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한 쪽 날개만으로 이 폭풍우를 뚫고 나갈 수 있을지, 그 종착점이 어디가 될지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6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독배를 삼킨 공룡 여당'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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