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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후 Talk] 秋 '사퇴 외통수' 압박에 정면승부 택한 尹…전국 검사장회의 소집

등록 2020.07.02 19:22 / 수정 2020.07.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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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DB

"이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휘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거부하면 법집행 기관인 검찰총장이 법을 어기게 되고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지휘권 행사의 정당성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남기고 수사지휘를 수용한 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제 자신은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 김종빈, 퇴임사로 '수사지휘' 공개 질타

2005년 10월17일 김종빈 검찰총장의 퇴임사 일부다. 취임 6개월 만에 자리를 박찬 이유는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 때문이었다.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강정구 교수에 대해 검찰이 구속수사로 가닥을 잡자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총장은 부당한 지시라고 여겼지만, 지시대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린 뒤 사직서를 던졌다.

● 이승만 정부땐 '수사지휘' 장관이 물러나

장관 지시를 거부한 검찰총장도 있었다. 71년전 이승만 정부 당시 권승렬 검찰총장이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임영신 상공부 장관의 여동생 구속을 시작으로 횡령과 수뢰 혐의를 규명하기 시작하자, 당시 이인 법무장관이 임 장관 기소를 미루라며 지휘권을 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총장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최대교 검사장은 이를 거부하고, 1949년 5월28일 임 장관을 기소했다. 이 법무장관은 사흘 뒤 사표를 냈다.

● 日 수사지휘 여파로 거대여당 '붕괴'

이웃 일본의 사례는 더욱 적나라하다. 1954년 조선·해운업계의 정치자금 스캔들 수사 예봉이 여당인 자유당 수뇌부를 정조준했을 때였다. 이누카이 다케루 법무장관이 여당 간사장의 체포영장 청구를 가로막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도록 수사지휘를 내렸다.

당시 일본 검찰총장은 일본 검찰청법에 따라 장관 지시를 수용하면서도, "전례가 없던 장관의 권한발동"이라며 유감을 표명하는 담화를 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으로 간주하고 공개 면박을 준 셈이었다.

이 일로 법무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거대 여당이던 요시다 내각에 대해 민심도 등을 돌렸다.


/ 연합뉴스


● 검사장회의, 사실상 대국민 담화 자리될 듯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응은 절반의 수용이었다. 3일로 예정됐던 채널A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절차는 중단했지만, 수사 결과만 보고 받으라는 지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대신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했다.

누가 옳은지 검찰 조직 전체에 물어 이번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의 '사퇴 외통수' 압박에 직을 걸고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장관 지휘대로라면 총장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선청 지휘라인을 배제하고 원하는 실무자를 직접 지휘하면서 수사를 해도 된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무소불위의 총장 권한 행사도 가능해지는 아이러니, 그래서 위법하다”고 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3일 검사장 회의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윤 총장으로선 대통령과 맞선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장관의 수사지휘는 정말 잘못된 거다. 아무리 장관이지만 총장에게 예컨대 앞으로 밥 두끼만 먹어라 할 수 있나. 수사지휘는 헌법과 법률에 맞아야 하고 내재적 한계도 지켜야 한다. 민주적 정당성 문제, 중대한 인권문제가 아니면 해선 안된다. 지시자체가 부당하고 보고받지 말라는 건 심지어 불법적이다. 총장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 묻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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