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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임오경 "또 하나 답이 나왔는데"…도대체 무슨 답이 나왔습니까?

등록 2020.07.08 16:49 / 수정 2020.07.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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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아, 행님이를 부탁해"

마지막이 된 그날 새벽, 故 최숙현 선수가 가장 친했던 동료 선수 A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행님이'는 최 선수가 키우던 강아지 이름입니다. 최 선수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순간까지 의지했던 게 바로 A선수였습니다. A선수가 고인이 된 최 선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이유입니다.

그런 A선수를 비롯한 최 선수의 동료들은 최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에도 진실을 밝히는 길이 험난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들이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최 선수의 과거 병력과 남자친구 문제, 최 선수 부모의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를 이미 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일, A선수는 '국회의원 임오경'으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A선수는 임 의원이 자신보다 앞서 통화했던 다른 동료선수로부터 임 의원의 질문이 '좀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임 의원은 '남자친구 문제', '최 선수의 과거 정신병력', '부모의 이혼 여부' 등을 물었습니다.

통화 내용을 TV조선이 보도하자 임 의원은 "진상규명이 두려워 이를 끌어내리려는 보수 체육계와 이에 결탁한 보수 언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짜깁기식 보도'라고 반박했습니다. 솔직히 황당하다 못해 식상하단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번 사안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게 TV조선이었다는 걸 모르셨던 걸까요?

저희가 첫 날 보도에 담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건 바로 임 의원이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확인되지도 않은 최 선수 부모의 이혼여부, 최 선수의 정신병력을 물은 부분이었습니다. 2차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 날, 용기를 낸 또 다른 피해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 측이 최 선수를 '정신병자'로 취급했다는 증언을 했기 때문에 추가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짜깁기'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A선수의 동의를 얻어 19분 가량의 통화 내용 전체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 연합뉴스


임 의원은 오늘(8일) SNS에 또 다시 입장문을 냈습니다. 먼저 전문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던 임 의원이 "녹취록으로 저를 걱정해주며 심려를 입으신 국민들이 계시다면 송구스럽다"는 문장을 글의 말미에 담았습니다. "결코 언론에 잘 보이기 위한 일만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있더군요. 그러면서도 상처를 받았을 수 있는 통화 당사자 A선수와 최 선수 부모에 대한 공식 사과는 글에 없었습니다. 물론 '국민' 안에 다 포함된 것이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임 의원은 국회 현안질의 때는 물론 각종 인터뷰에서 이 말을 가장 강조해왔습니다. "누구보다 스포츠 현장에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A선수는 임 의원이 의외의 질문을 한 게 선수, 그리고 감독 출신이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보다 현장에 오래 있었던 체육인'이란 건 상황에 따라서는 강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임 의원은 오늘 입장문에서 진실파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꼭 그래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차원에서 임 의원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A선수와의 통화 내용을 유심히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통화 가장 마지막에 임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또 하나 답이 나왔는데… 또 하나 답이 나왔는데…."

통화가 끊어진 줄 알고 옆에 있던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 녹음된 겁니다. 보도 과정에서 통화 내용 전체를 몇 번이고 읽고 들어봤는데도 '하나 나왔다'는 그 답이 뭔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최 선수가 누구에게 어떤 가혹행위를 당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던데, 도대체 무슨 답이 나왔습니까? / 서주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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