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취재후 Talk] 이인영 측과 통일부, 묻지도 않은 내용으로 '허위해명'

등록 2020.07.14 17:44 / 수정 2020.07.14 18:31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TV조선은 1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뒤 카트 레이싱을 즐기고 맥주상자를 번쩍 드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SNS에 올렸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이 후보자의 아들 이씨가 지인과 동업하는 '○○맥주'라는 업체가 '두번째 블록버스터 CF'라는 제목으로 SNS에 올린 것으로, 레이싱 카트를 몰거나 자신들이 운반한 맥주 상자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 장면 등이 담겼습니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아들 이씨는 2014년 4월 28일 5급 전시근로역(척추관절병증) 판정을 받았고, 2016년 3월 17일 병역처분변경원을 출원했지만 같은날 다시 5급 전시근로역(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씨는 면제 판정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치러진 4·13 총선에서 아버지 이 후보자를 도와 선거운동에 나선 모습이 SNS에 담겼고, 이후 5월부터 레이싱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편집이 완료된 이후 7월에 '두번째 블록버스터'란 제목으로 문제의 '레이싱 카트'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척추관절 질환을 앓더라도 관리만 잘 한다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군 면제 판정을 받더라도 치료만 잘 한다면 전역자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도 있습니다.

TV조선이 이를 보도한 이유는 '영상 촬영과 공개 시점' 때문입니다. 당시 공개된 사진과 영상들은 군 면제를 받은 직후의 모습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병역검사규칙에 따라 5급 판정을 받기 위해선 '중등도(Grade 3) 이상'의 강직성 척추염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류마티스관절 등 해당 척추관절 분야의 전문의들의 소견도 취재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병역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각할 경우 격렬한 활동을 자제해야 하지만, 비교적 운동을 권장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봐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사엔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이런 행동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었고, 통일부를 통해 이 후보자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그외에도 추가로 입수한 영상과 사진이 많았지만, 불필요한 지적이 될 수 있어 편집과 제작도 최대한 '드라이'하게 했습니다.


■ 통일부와 이 후보자 측의 '허위 해명'

문제는 통일부와 이 후보자 측의 해명 과정입니다.

기자는 통일부 공식 채널을 통해 이 후보자 아들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전달했습니다. 첫째는 군 면제 후 흔히 고카트라고 불리는 카트 레이싱을 하는 것, 둘째는 맥줏집을 운영하며 짐도 잘 든 것, 셋째는 총선 당시 아버지 선거를 도운 것 등 면제 이후 한두달 사이 아들 이씨가 한 활동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 과정에서 통일부 관계자는 '고카트가 뭐냐'고 기자에게 물었고, 기자는 "찾아보시면 나오겠지만 레이싱 경주를 하는 것으로 복장과 헬멧까지 쓰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가 이를 '온라인이 아닌 실제로 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어서 "온라인이 아니라 프로처럼 레이싱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연 설명 후 다시 정리된 질문은 "고카트 레이싱과 맥줏집 짐 운반, 아버지 선거운동"이었고, 통일부에 문의한 지 얼마 후 관련 동영상이 게재된 SNS는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그리고 인사청문 준비팀에 확인한 결과라며 답이 왔습니다.

답변 첫 문장은 "고카트 자동차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님. 해당 장면은 2명(후보자의 아들, 아들의 지인)이 홍보 동영상 촬영을 위해 연출된 것"으로 시작돼있었습니다.

'경기에 출전'했느냐는 질문 자체를 기자가 한 적이 없는데, 굳이 필요 없는 답변을 한 셈입니다. 당연히 기사에도 '경기에 출전했다'는 표현은 전혀 없었고, '카트 레이싱을 즐겼다'는 내용과 '선수처럼 수트를 입었다'는 팩트만 담겼습니다.

통일부 측이 전달한 답변 중 핵심 내용은 "해당 카트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면허 없이 탑승할 수 있는 것"과 "해당 질환이 관리를 통해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군 복무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병무당국으로부터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는 입장으로 정리돼 기사 자체에 최대한 반영도 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는 14일 '백브리핑 정정사항'이란 공지를 통해 "어제(13일) 일부 언론에서 후보자 아들과 관련된 동영상에 대해 고카트 자동차 경기에 출전한 것이 아니냐는 문의를 해왔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고카트 자동차 경기에 출전한 것이 아니라, 후보자 아들이 참여한 '효자맥주 프로젝트'와 관련된 동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연출된 장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오해나 왜곡이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지만, 기자는 통일부에 '경기에 출전했느냐'고 질문한 적도 없고, 기사에 쓴 적도 없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대신 엉뚱한 해명을 한 통일부와 이인영 후보자 측은 '정정사항'을 다시 정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나 왜곡이 없기 위해' 기자와 통일부 관계자가 통화한 내용을 덧붙입니다.

(다만 취재 중인 과정에서 해명을 요청했기 때문에 일부 개념이 혼용되거나 기사에 쓸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에서 '없는 사실'을 공지한만큼, 부득이 대화 전문을 게재합니다.) / 김정우 기자



[기자와 통일부 측 13일 대화 내용]

기자: 후보자께서 이번에 아드님이 병역 면제 처분받았다. 5급으로 척추질환이라고 돼있는데, 저희가 아드님 SNS를 보니까 최종 면제받은 시점이 2016년 4월경인데 그때 보면 5월쯤 '고카트'라고 하는 소형 레이싱카가 있는데.

통일부 관계자: 고카트?

기자: 그걸 굉장히 열심히 잘 타더라. 짐도 잘 들고. 그런 영상이 몇개가 올라와 있어서 이건 누가 봐도 척추질환으로 면제된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상처럼 보여서, 면제받은 시점과 별 차이가 안 난다. 그 부분은 정확한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통일부 관계자: 고카트가 뭔가?

기자: 찾아보시면 나오는데 레이싱 경주하는 것이다. 그건 아예 레이싱 복장을 다 갖추고 헬멧까지 쓰고 하는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 온라인이 아니라 실제로?

기자: 온라인이면 상관없지. 실제로 거의 프로처럼 레이싱을 하고.

통일부 관계자: 레이싱을 하고.

기자: 맥줏집을 그당시 운영했는데.

통일부 관계자: 아들이?

기자: 짐 같은 것도 잘 들고. 첫번째가 카트 레이싱, 두번째가 짐도 잘들고, 세번째는 그 당시 총선이 있었다. 20대 총선으로 2016년 4월에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선거운동도 하고 그게 다 면제 시점과 별 차이가 안 난다. 시간이 지났으면 치료될 수 있는데, 불과 한두달 사이에 다 벌어진 일이라서 후보자님의 해명이 필요할 것 같아 연락드렸다.

통일부 관계자: 그건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네.

기자: 영상이 있어서… 저희는 해명이 좀 빨랐으면 좋겠다.

통일부 관계자: 질문이 고카트에 레이싱한 것, 맥줏집 운영하면서 짐을 운반한 것, 세번째 2016년 4월 총선 시에 아버지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것이 군 면제 사유…뭐라고 했지.

기자: 척추질환이다. 저희가 보기엔 강직성척추염으로 알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 강직성 척추염. 이건 걸리면 이런 건 못하게 되나.

기자: 척추가 서서히 약간 마비된다고 해야 하나. 굉장히 심하다. 척추질환은 잘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아는 건 허리디스크가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군 면제가 될 정도면 척추에 굉장히 무리가 있는 상황인데 완치를 했으면 몰라도 불과 한두달 사이에 아주 움직임이 격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아서 여쭤보는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 질문 요지를 알겠다. 일단 말씀을 들어보고 연락드리겠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