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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제 권·언 유착

등록 2020.08.06 21:51 / 수정 2020.08.0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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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나라당에 사과 한 상자가 배달됐습니다. 보낸 사람은 김대업. 상자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과 받기를 그토록 원하시니 사과를 받으시오"

김씨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을 터뜨렸던 상습 사기 전과자입니다. 그 의혹을 대법원이 사실무근으로 판단해 김씨에게 배상판결을 내렸고, 한나라당이 사과를 요구하자 사과상자로 조롱한 겁니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김씨를 "의인"으로 떠받들었습니다. 친여 방송들은 그의 거짓말을 여러 차례 보도했습니다. 그가 결정적 증거라며 내놓았던 녹음테이프가 가짜라고 밝혀낸 검사는 한직으로 밀려났습니다. 김씨는 계속 사기행각을 벌이다 필리핀에서 붙잡혔습니다.

이른바 검·언 유착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이 전 채널A 기자 공소장에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넣지 못했습니다. '검'은 없고 '언'만 남아, 애초에 무리한 '유착' 딱지 붙이기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채널A 기자가 특종 욕심에 "한 검사장을 잘 안다"며 사기죄로 수감된 사람에게 취재를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제보자 지 모씨가 "취재 관련 증거자료를 갖고 있다"며 기자를 만났고, 그 장면을 MBC가 보도하면서 수사가 시작됐지요.

지씨는 사기·배임· 횡령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만 다섯 건입니다. 그는 검찰 출석을 거부하다 술집에서 이런 글을 올려 대놓고 수사팀을 조롱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들 오시면 현장 체포 가능합니다. 열두 시까지 대기합니다…"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에게 항명했고, 추미애 장관은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했습니다.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무시하고 압수수색을 하러 갔다가 희대의 육탄전까지 벌였습니다.

KBS와 MBC는 검찰이 검·언 공모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고 KBS는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벌였습니다.

이 와중에 민변출신의 권경애 변호사가 한상혁 방통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또 파문이 일었습니다. 방통위원장은 수사기법에 대한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반박합니다만,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저는 지난 넉 달 검찰 수사 안팎에서 벌어진 일들이야말로 진정한 개혁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그 난맥상에 앞장선 법무장관과 중앙지검장부터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반드시 말이지요. 그리고 이번 사건 뒤에 숨은 전모를 속속들이 밝혀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검찰개혁의 출발점이 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8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이제 권·언 유착'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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