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시골 보건소로 가는 명의

등록 2020.08.14 21:51 / 수정 2020.08.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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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임한 중학교 미술선생님이 프랑스로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너희 아빠 파리 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한 해 뒤 남편은 몽마르트르 언덕의 거리 화가가 됩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제2 인생항해를 담아낸 다큐영화 '몽마르트 파파' 입니다.

사회복지학자 한혜경 교수가 영국에 머물 때 만난 노인들은 여유롭고 행복했습니다. 일흔 살 레베카 할머니는 일주일에 이틀 노인대학에 나가, 하루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하루는 뜨개질을 가르칩니다. 자선 가게에서 하루 봉사하고, 동네 도서관에서 또 하루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이민자에게 영어도 가르쳐주느라 일주일이 짧습니다.

어느 날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한 교수에게 지팡이 짚은 꼬부랑 할머니가 다가왔습니다. '도움을 청하려나 보다' 하는 순간,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행복, 노년에 그보다 좋은 보약도 없을 겁니다. 

위암 수술 3천건, 위암학회장, 대학병원장… 이런 이력을 지닌 위암 명의가 시골 보건소장으로 떠나는 사연이 어제 신문에 실렸습니다.

이달로 정년 퇴임하는 권성준 한양대 의대 교수입니다. 여러 대형 병원의 제의를 마다하고 그가 선택한 자리는 시골 4급 공무원, 강원도 양양 보건소장이었습니다. 인구 2만8천 양양 역시 고령화가 심하지만 공중보건의를 합쳐 의사가 스무 명 남짓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는 지금도 2박 3일 산악 종주를 할 만큼 체력에 자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더 늙어 다른 매력적 선택지가 없을 때 지방 보건소로 가는 건 아름답지 않다"고 했습니다. 건강한 지금, 진정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의 산 사랑과, 설악산 아래 시골 의료봉사만큼 잘 어우러지는 행복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돈과 권력, 명예를 끝없이 더 얻으려 하고, 더 깊은 발자국을 남기려 안달합니다. 그런 세상을 향해 시인은 한 줄 감탄사를 던집니다.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겼다." 지역 의료 불균형과 의료수가 개혁이 뒤얽혀 뒤숭숭한 시대에, 노의사의 양양행이 사람들 삶에 던지는 울림이 작지 않습니다.

8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시골 보건소로 가는 명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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