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경제

[취재후 Talk] '美 태양광 투자실패' 한전, 200억 허공에 날렸다

등록 2020.08.25 15:30 / 수정 2020.08.25 15:32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 미국 전력시장 첫 진출

2017년 한국전력은 미국으로 향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력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건데요, 바로 콜로라도 태양광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투자금액은 201억 원, 지분 51%를 확보합니다. 나머지 지분 49%는 국민연금 펀드가 확보하고, 공동으로 투자회사를 세웠습니다.

한전은 미국 첫 진출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을텐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국 콜로라도의 알라모사 태양광 전경 / 알라모사 태양광 홈페이지 발췌


■ 3년 만에 백기투항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콜로라도 태양광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말 그대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입니다.

2017년부터 2042년까지 25년 동안 사업을 하겠다고 들어갔는데, 3년 만에 항복한 겁니다.

문제는 수익률이었습니다. 한전이 예상한 연간 수익률은 매출대비 7.25%였습니다.

그런데 수익률이 2017년 4.7%, 2018년 0.7%, 2019년 -13.0%를 기록합니다. 한전이 꿈꿨던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멀죠. 이렇게 되니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지난 달 열린 한전 이사회에서 철수를 최종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알라모사 태양광의 연도별 수익률


■ 부족한 준비, 그리고 실패

한전은 현재 전 세계 22개국에서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태양광만 보더라도 미국, 멕시코, 필리핀,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익률만 놓고 보면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60.6%, 일본 치토세 태양광 26.5%, 미국 캘리포니아 태양광은 8.7% 등을 기록하면서 순항 중입니다.

유독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만 적자의 쓴맛을 본 겁니다. 그런데 이런 걸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2016년 인수 당시 이사회에서도 수익률이 낮게 예상된다며 다른 사업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된 겁니다. 실제로 태양광 패널의 유지보수비가 예상보다 크게 나왔고, 설상가상 발전량의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이런 고정비가 불어나면서 수익보다 나가는 돈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태양광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거나 갑자기 폭풍이 불어 태양광 발전소의 기능을 상실하게 했다든지 하는 불가항력적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이사회에선 결국 만장일치로 사업을 하기로 의결했고, 사업하는 25년 동안 약 2500억 원의 수익이 날 걸로 전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철저한 준비와 검증이 부족했던 것이 실패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 합니다.

미국 콜로라도의 알라모사 태양광 전경 / 알라모사 태양광 홈페이지 발췌


■ 매몰비용만 '190억 원'

사업을 철수하면서 한전이 떠안는 매몰비용은 190억 원입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한전의 실적이 흑자로 전환됐고, 한전이 가진 재정여력을 감안했을 때 치명적인 금액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외사업의 경우 국내사업과 달리 환경이 다르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보다 심도있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북구갑) 의원도 "200억원을 투자한 해외 태양광 발전 사업을 4년 만에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은 사업 준비 당시 검증이 부족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해외 신재생 사업은 변수가 많은 만큼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증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한전측에 철수 후 후속대책은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답을 받았습니다.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사업 리스크 검증절차를 강화하고 사업교훈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서 교육과 전파활동을 취진할 계획임."

만약 이런 일이 민간기업에서 일어났다면 해당 사업관련자는 무거운 처벌을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전은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실패에서 더 큰 교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과연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잘 고치는지, 아니면 고치는 척만 할 건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송병철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