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프 발진! 스콧!"
50년에 걸쳐 TV와 영화로 나온 우주모험 시리즈지요, '스타트렉'에는 이런 워프 장면이 곧잘 등장합니다.
공간을 왜곡해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동하는 초광속 추진입니다.
그런 공상과학 용어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개발 프로젝트 이름에 갖다붙였습니다.
군사작전 펼치듯 백신을 초스피드로 개발하겠다며 운영책임자에 육군 군수사령관까지 임명했지요.
"나는 전시 대통령입니다!"
트럼프는 전쟁을 치르며 4선까지 했던 루스벨트를 염두에 둔 듯, 코로나와의 전쟁 대통령을 자처했습니다.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국민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공포의 지지효과'를 노린 겁니다.
실제로 이틀 뒤 트럼프 지지도는 껑충 뛰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이 갈팡질팡하면서 본격 선거전이 시작된 지금은 도리어 큰 악재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종교와 집회와 표현의 자유도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근래 듣기 힘든, 단호하고 강도 높은 어조입니다.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 하지 말라"는 글도 공유했습니다.
광화문집회 이튿날엔 "명백한 도전이자 용서 못할 행위" 라고 했습니다.
여당에서는 "종교의 탈을 쓴 극우세력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광화문집회 야당 배후설이 제기됐고, 집회를 허용한 판사를 욕했습니다.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 재확산 사태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보도도 있었지요.
그래서 감염병 사태를 정치에 이용하려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근래 나라에 큰 논란이 벌어졌을 때 침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여당 단체장들의 성 관련 비위 의혹이나 윤미향 사태, 그리고 국민이 둘로 나눠 극심한 논쟁을 벌였던 백선엽 장군 예우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과거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과 장자연 사건에 대해 단호한 조사를 지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지요.
그래서 이번 코로나 강경 발언 역시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정치학자 코리 로빈은 정치의 역사를 이렇게 갈파했습니다.
"겉으로는 이성과 자유를 옹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포가 중요한 통치수단이었다"고…
지도자의 진면목은 위기 때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나라의 재앙은 지도자에게 큰 시련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역시 국민은 절실하게 대통령의 입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중요한 메시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된다는 느낌을 준다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8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코로나 정치학'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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