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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누가 누굴 탓하랴

  • 등록: 2020.08.27 21:51

  • 수정: 2020.08.27 21:54

동물원 식구들을 싣고 항해하던 배가 난파합니다. 그리고 구명정에 단 둘이 살아남은 인도 소년과 호랑이가 함께 2백일을 표류합니다.

대만 거장 리안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긴 영화이지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철학과 종교와 환상을 버무려, 믿기 힘든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게 들려줍니다.

소년은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며 소통과 공생의 길을 찾아갑니다. 호랑이가 물에 빠지자 온 힘을 다해 구해줍니다.

"같이 살려면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지"

코로나 확진을 받고 행적을 숨긴 아버지를 가족이 원망합니다.

"그거 다단계 불법인 거 몰랐어?"
"수천 명이 초토화된 거예요."
"구상권 2억 어떻게 할거야?"

당국이 구상권으로 거액을 청구한 사례를 서울시가 재연한 영상입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4백명대로 급증하면서 2차 대유행 위기가 눈앞에 닥쳤습니다. 이제는 국민의 일상과 경제활동이 정지되는 거리 두기 3단계의 극약 처방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마지막 믿을 보루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삼가고 돕는 공존의 지혜입니다만 방역전선을 흔드는 탈선이 끊이지 않습니다. 조사를 방해하고, 격리를 어기고, 치료시설에서 도망치기까지 합니다.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며 소란을 피우는 사례도 잇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차마 봐주기 힘든 풍경이 바로, 확진 판정을 받은 몇몇 인사들이 병실에서 보이는 행태들입니다.

"이런 거 말고 다른 거, 오늘 저녁에는 탕 없습니까 탕? 좀 얼큰하게…" "여기가 정치범 수용소라서 사상검증까지…"

이 유튜버는 병원에 장비를 들여와 생방송을 하면서, 말리는 간호사와 "대판 싸웠다"고 자랑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코로나와 관련해 정치적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사들, 그리고 "한 방을 넷이 쓴다" "슬리퍼도 없다"며 투정하는 전 의원도 있습니다.

하루 22만원씩, 꼬박 꼬박 들어가는 치료비는 물론 국민 세금입니다. 돈도 돈입니다만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하루 하루 사투를 벌이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할 겁니다.

설사 자신들이 정치적 투쟁을 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이런 언행을 보이는 것이 과연 자신들의 주장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아니 도리어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건 아닌지도 신중히 돌아보길 권고합니다.

8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누가 누굴 탓하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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