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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염치를 아신다면

등록 2020.09.30 21:51 / 수정 2020.10.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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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갱 영화 '대부 2'편을 보면 마피아 두목 마이클이 의회 청문회에 불려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피아건 코사 노스트라건 또 어떤 이름으로 불리건 간에 제가 범죄 조직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는 부인하고 거짓말을 하다, 부두목이 FBI측 증인으로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지요. 그러자 마이클은 이탈리아에서 데려온 증인의 형을 자기 옆에 앉혀 무언의 협박을 하고, 증인은 결국 입을 닫아버립니다. 마이클은 이렇게 법망을 피했지만 모진 대가를 치릅니다. 아내가 그의 위선에 치를 떨며 아기를 지우고 떠납니다. 그는 형까지 죽이는 괴물이 돼 갑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기 직전 닉슨은 울부짖었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거지?"

그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몰랐고, 그 대가로 처참하게 몰락했습니다. "속임수로 얻어먹는 빵에 맛들이면 입에 모래가 들어갈 날이 오고야 만다"는 성경 말씀처럼 말이지요.

추미애 장관과 아들에 얽힌 모든 의혹에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건 사실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지금 검찰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생각하면 예견됐던 일이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대목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말 먼저 들어 보시지요.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보좌관의 전화를 제가 시킨 일이 없었다는.." "진단서나 서류들을… 아들이 다 처리한 겁니다. 보좌관이 해준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이때 이미 짐작은 하셨겠지만, 추 장관이 아들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보좌관에게 장교 전화번호를 알려준 뒤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았고, 아들 소견서도 보좌관이 챙겨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아들은 변호인을 통해 "당직사병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허위제보자로 몰았지만 그것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검찰은 추 장관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면서도 이런 객관적 사실까지 숨길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소설을 쓰시네…"

추 장관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의원들에게 걸핏하면 화를 내고 비웃고 모욕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조치하겠다. 다수 언론이 국민께 커다란 실망과 상처를 줬다"고 했습니다.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어디까지 가야 바닥이 보일지 정말 눈앞이 캄캄할 지경입니다.

시인은 '밥도둑' 간장게장에 빗대, 등딱지를 철통같이 뒤집어쓴 진짜 도둑을 비꼽니다.

"언제든 최선을 다해 게거품을 물어라. 옆걸음과 뒷걸음질이 진보를 낳는다."

9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염치를 아신다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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