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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내가 하면 괜찮아

등록 2020.10.05 21:58 / 수정 2020.10.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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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사가 희극배우 채플린처럼 익살을 부립니다. 대처 영국 총리를 그린 영화 '철의 여인'에서 대처가 남편 데니스를 회상합니다. 그의 청혼을 받고 대처가 말합니다.

"찻잔이나 씻다가 죽을 순 없어요"

"그래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거요" 

데니스는 외조를 잘하는 최고의 '퍼스트 젠틀맨'이 됐습니다. 관저에서 대처가 각료회의를 하는 동안, 장관 부인들과 차를 마시곤 했지요.

대처는 "내 곁엔 최고의 친구이자 후원자, 그리고 비서 데니스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30년 전 워싱턴에 '권력녀의 남편 클럽'이 생겼습니다.

회원 자격은 '오르고 싶은 자리에 아내가 가 있는 사람'이며, '밥값은 아내가 낸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아역배우 출신 외교관 셜리 템플의 남편도 회원이었습니다. 외교 만찬장에서 그는 늘 아내의 이름으로 소개됐습니다.

"미시즈 앤드 미스터, 셜리 템플 블랙" 이라고 말입니다.

클럽 초대 명예회장이 대처 남편 데니스였지요.

객실 셋을 갖춘 억대 요트를 사러 미국에 간 강경화 외교장관 남편이 장안의 화제입니다.

요트를 사서 미 동부 해안을 항해하려고 공항을 떠나며 그는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장관의 남편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무를 지울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번지수가 틀린 해명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 대다수가 벌써 몇 달째 집안에 갇혀 있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건 그만의 특별한 감정이 아닐 겁니다.

아내인 강경화 장관이 한 말 다시 한 번 들어 보시지요.

"끝끝내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집행수단을 동원하고"

"사생활은 매우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 권리는 아닙니다" 

강 장관 남편은 앞서 베트남을 여행했고, 파리를 경유해 카리브 섬도 다녀왔습니다.

남편부터 무시하는 여행주의보를 국민더러 지키라는 외교장관을 보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싶다면 아내가 가진 특별한 지위부터 내려놓는 게 맞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은 이번 역시 '우리가 하면 뭘 해도 괜찮다'는 현 정권 특유의 내로남불로 인식할 겁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지난 주말 광화문에 경찰이 4킬로미터의 차벽을 쌓고 대규모 불심검문을 했습니다.

이걸로 코로나 확산을 얼마나 막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장을 지난 국민들은 독재시대의 반정부 시위 봉쇄 현장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같은 시각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 모습 한번 보시지요. 이렇게 초만원을 이룬 과천 서울대공원 7천대 주차장은 방역 무풍지대였습니다.

이 묘한 부조화를 보면서 국민들은 또 무슨 생각을 했겠습니까? 10월 5일 앵커의 시선은 '내가 하면 괜찮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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