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찬란한 가을, 참담한 나라

등록 2020.10.09 21:51 / 수정 2020.10.0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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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잠시 고갯마루에 서자 활짝 창을 열어 젖혔습니다. 강원도의 가을바람이 찹니다. 차창으로,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가 사뿐 날아들었습니다.

"와! 내게 온 단풍잎…"

단풍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귀에 그때 환청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감기 조심해야 한다. 엄마 목소리가 물든 이 빨간 엽서! 나는 얼른 창을 닫았다."

가을 서정에 흠뻑 젖은 노시인이 갑자기 어머니를 떠올리며 몸을 움츠리는 반전에 절로 미소 짓게 됩니다.

그런데 올 가을에는 어머니보다 나라가 무섭습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월에 버스는 설악산 갈 엄두를 못 냅니다. 전국 국립공원에 방문 자제령과 주차장 출입 금지령이 내렸습니다. 가을 산이 주는 선물 빨간 단풍 대신 정부가 레드카드를 내민 겁니다. 설악산 울산바위, 지리산 천왕봉 같은 명소들에는 아예 탐방 금지선을 둘러쳤습니다.

외교부 장관 남편과 달리, 코로나 방역지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보통사람도, 폴리스라인 같은 단풍 지침에 이르러선 심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경찰 검문소를 여럿 지났습니다. 회사 코앞에서까지 어디 가느냐는 썩 유쾌하지 않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광화문과 시청 주변에는 둘러쳐진 경찰 차벽이 파란 가을 하늘과 대비되면서 유난히 높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한글날인데… 홀로 광화문광장을 지킨 세종대왕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정말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궁금증을 넘어 화가 치밉니다.

이 찬란한 가을날, 착잡한 소식은 그뿐이 아닙니다. 북한군에 살해된 공무원 아들의 편지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니 이틀 만에 다시 종전선언을 꺼낸 대통령의 유체이탈이 이 찬란한 가을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심란하게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라임이니 옵티머스니 이름도 기묘한 펀드들의 사기 행각 관련해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그 뒤에 국민들의 피눈물이 강물이 되어 흐르는데 검찰총장 윤석열은 이런 사실을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나라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입니다.

노시인은 곱게 물든 가을 은행잎 속에 숨은 은행의 반전을 말합니다.

"가지에 달린 금빛 찬란한 잎새! 아름다운 빛깔 어느 구석에, 그토록 구린 냄새를 숨겨 두었던가."

10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찬란한 가을, 참담한 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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