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로 산 자동차에 결함이 있으면 교환·환불해주도록 한 '한국형 레몬법'이 지난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몬법이 적용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달리던 중 시동이 꺼지고 가속이 안 돼도 제조사 측은 "중대 결함이 아니"라며, 소비자에게 뭐가 하자인지 입증하라고 하는 건데요, 이게 일반 소비자에겐..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는 일이겠죠..
소비자탐사대 황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5000만 원 짜리 쌍용 렉스턴을 구입한 천 모 씨. 언덕길을 올라가 보는데... 엔진소리만 크게 날 뿐 속도는 나지 않습니다.
"밟아도 안올라가잖아요. 이게(속도가) 이 정도네요. (밟아도 속력이 안올라가네요?) 안올라가요."
신차 출고 한 달만에 고속도로나 언던길 주행중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천 모 씨 / 쌍용 렉스턴 차주
"시속 80km에서 엑셀을 쭉 밟으면 차가 안 나가요. '웅' 하고 엔진소리만 크게 들리고..."
출고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차량은 같은 문제로 6번이나 수리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출고한 벤츠 e클라스 차량도 주행 중 느닷없이 시동이 꺼져 위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동안 세 차례 수리 받았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
문 모 씨 / 벤츠 e클라스 차주
"브레이크 밟고 있다가 발을 떼니까 힘없이 '툭' 꺼지면서 시동이 다 꺼지고."
이들 차주는 지난해 도입된 한국형 레몬법에 따라 제조사에 교환을 요청했습니다.
레몬법은 신차 구매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를 넘기 전 중대하자가 2회, 일반하자가 3회 이상 생기면 제조사가 차량을 교환·환불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환·환불은 요원한 상태. 제조사 측은 중대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쌍용차 관계자
"안전하고 결부되는 직접적인 게 아니잖아요. 3번 이상이라고 무조건 다 되는 게 아니고."
레몬법 적용을 받으려면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합니다. 더욱이 차량 결함은 소비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미국같은 경우는 '너네(제조사)가 (결합 없음을) 입증해라'라는 걸 법원에서 듣는 건데, 국내에서는 소비자에게 찾아오라고... "
그나마 계약시 레몬법 적용은 권고 사항이어서 닷지와 지프, 마세라티, 크라이슬러 등은 이마저 거부합니다.
태영호 / 국민의힘 의원
"강제성이 없어요. 현재 법대로 가면 이런(레몬)법이 있어도 국토교통부의 시행령(적용)을 밝힌 그런 판매계약서만 유효해요."
레몬법 시행 2년 동안 중재 접수는 466건인데, 현재까지 교환-환불이 결정된 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현행 레몬법으로 차주가 보호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푸념까지 나옵니다.
문 모 씨 / 벤츠e클래스 차주
"결함이 있는 차량을 인수한 거잖아요. 굉장히 서운했죠. 팔아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아서."
소비자탐사대 황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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