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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전세난, 예측하지 못했습니까"

등록 2020.10.17 19:44 / 수정 2020.10.1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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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비지터 리턴즈
"샤를롯, 우리가 우유가 있던가?" (아니)
"우유가 없다고?" (조금만 있으면 돼)
"우유가 없다니, 세상에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유 있는 사람 없나요? 우유 있는 사람!"

18세기 프랑스에서 우유가 귀해진 건 영화 속에서 우유를 찾는 정치인 로베스 피에르, 그가 내놓은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프랑스 아이는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 이 선한 명분으로 우유를 반값으로 내렸고 비싸게 파는 상인에겐 벌금을 물렸죠. 그러자 목장 주인들이 건초 값도 안 나온다며 젖소를 팔아버렸습니다.

이번엔 건초 가격을 내렸더니 건초 업자들이 손해본다며 건초를 불태웠죠. 결국 시장에선 우유가 사라졌고 가격은 폭등합니다. 온 국민이 먹을 수 있게 하려다 귀족들만 먹는 식료품으로 만든 겁니다.

로베스 피에르의 우유 파동은 작금의 부동산 시장을 쏙 빼닮았습니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임대차보호법이 오히려 세입자들을 전세 난민으로 내모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지요. 임대차법 통과 당시, 전문가들은 전세가 상승과 공급 부족을 예견했습니다.

윤희숙 / 국민의당 의원(7월 30일)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전세)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기업이 제품 하나 만들 때도 수 만번의 모의 시험을 거치는데 여당은 이 법안들을 처리하면서 속도만 외쳤을뿐 소위원회 심사와 찬반 토론도 건너 뛰었습니다.

이해찬 / 당시 민주당 대표 (7월 29일)
"임대차3법등 관련 법안 내용들은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돼 왔기 때문에 추가 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합니다"

졸속 처리 부작용은 특히, 무주택자에게 덮쳤습니다. 살던 지역에서 밀려나고 재산상 손해도 떠안게 됐지만 정작 이 법을 만든 부처 수장은 죄송하다, 기다려달라는 말 뿐입니다.

김현미 / 국토교통부 장관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께서 걱정하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정책의 선의를 앞세워 우려의 목소리를 그저 반대하는 말로만 듣고 귀를 닫은 건 아닌지요? 충분히 점검은 했는지, 부작용은 예측하지 못했는지, 국민 고통은 이해하는지, 되묻고 싶은 게 너무도 많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전세난, 예측하지 못했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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