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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왜 이렇게 변하셨나요?

등록 2020.10.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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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맑은 영혼을 영롱한 토속어로 노래했던 시인 백석. 만주를 떠돌던 그가 광복을 맞아 압록강 건너 돌아옵니다. 남신의주 유동에 방 한 칸 빌려 마지막 서정시를 씁니다. 삶의 덧없음과 고달픔을 독백처럼 풀어놓은 서른두 줄, 긴 시를 이렇게 맺습니다.

"먼 산 바위 옆에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얗게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곧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외로움에 무릎 꿇지 않고, 어둠과 타협하지 않고, 바르고 깨끗하게 살겠다고 합니다. 북방 깊은 산속, 추위를 견디는 세한의 갈매나무처럼 살겠다는, 결기 어린 다짐입니다. '결기'라는 말에서 '결'은 순우리말입니다. 나무의 결처럼 성품을 가리키기도 하고, 겨울의 준말이라고도 합니다.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결기는 겨울 갈매나무의 기운 같은 것입니다.

권력의 갖은 핍박과 모욕에도 말을 아끼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 열두 시간 내내 절규하듯 할 말을 토해냈습니다.

검찰총장은 법무장관 부하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사건건 군림하려 드는 추미애 장관의 행태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중상모략은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다. "식물총장이 누구를 비호할 수 있겠느냐".

국감장에 나온 공직자의 입 치고는 너무 거칠다 싶었지만 한 편으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처절한 고백으로 들렸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검사 윤석열은 어느 권력과도 친하게 지내진 못했습니다. 그것이 검사의 숙명이기도 했을 겁니다.

과거 정권과의 악연때문에 현 정부의 선택을 받긴 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내가 왜 그렇게 편하게 살지, 이렇게 개인적으로 살아왔는지" "과거엔 저한테 안그러셨잖습니까?"

맞습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라고 위안하면서도 저는 어제 국정감사장의 풍경을 보면서 너무나 슬펐습니다.

대체 정치란 무엇입니까? 한때는 의로운 형, 하지만 이제는 불량한 정치 검찰, 이 몰인정한 풍경을 만든 것이 오롯이 정치의 탓만일까요?

눈 덮인 산에서도 길을 찾고 바다에도 항로가 있듯이 인간사 역시 결코 벗어나서는 안 되는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대한민국은 지금 그 항로를 이탈해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윤 총장은 지난 총선 뒤 사퇴론이 나왔을 때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라"는 뜻의 대통령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절규에 답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10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왜 이렇게 변하셨나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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