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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영혼 없는 공무원

등록 2020.10.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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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문방구'
"이름? (강미나입니다)"
"직업은요?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이에요? 궁금한 게 공무원 월급은 누가 주나요? 누가 주냐구요? (국민)"

영화 속 대화처럼 공무원은 국민 세금을 녹으로 받습니다. 헌법에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명시돼 있고요, 그래서 공무원을 국민의 심부름꾼, 공복으로도 부르죠.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국정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추미애 법무장관이 SNS에 짧고 굵은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법상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다.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윤석열 총장 발언에 대한 답이죠. 지휘권에 대한 법리 해석은 다를 수 있어도 추 장관이 언급한 공무원, 그 직이 가져야 할 자세는 분명합니다.

정치인 대통령과 장관 아래서 일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게 마땅합니다. 권력이 썩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는 검찰의 존재 이유를 생각할 때 더 더욱 그렇습니다.

윤석열 /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총장의 역할은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정당한 수사를 지키는 게 본업.."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 출범 후 첫 업무보고에서 국민은 새로운 공직자상을 요구한다"며 정권에 충성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2017년 8월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
"그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선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꾼 공무원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산자부는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고 감사를 앞둔 산자부 공무원들은 심야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했다죠. 결국 7000여억원의 혈세를 들여 보수한 원전은 3년 일찍 폐쇄됐습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지 말라'던 문 대통령의 주문은 가식으로 귀결된 꼴이 됐습니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영혼을 판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저런 수단들을 총동원해 공무원들을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정권의 충견으로 몰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영혼 없는 공무원"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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