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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억지춘양 공수처

등록 2020.10.2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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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로라도 한번 가보시더. 희한하니더"

봉화군 춘양면 전통시장 간판에 구수한 경북 북부 사투리가 쓰여 있습니다.

손님을 부르는 애교 있는 손짓이지만 '억지로'라는 말이 '희한'합니다. 시장 이름부터 '억지 춘양'이지요. 1950년대 영동선 철도를 놓을 때 춘양역은 계획에 없었습니다. 춘양 출신 자유당 실력자가 노선을 구불구불하게 바꿔 역을 들이면서 '억지 춘양' 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특산 소나무 이름 '춘양목'을 다른 지역에서 도용하면서 생긴 말이라고도 합니다. 변 사또가 춘향에게 수청 들라고 한 데서 나왔다는 '억지 춘향'도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일을 순리대로 풀지 않고 억지로 우기는 것'을 가리키지요.

이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적지 않은 말이지만 춘양 사람들은 '억지 춘양'이 원조라며 고장의 브랜드로 내세우는 발상의 전환을 꾀한 겁니다.

그런데 '억지 춘양'을 전매특허처럼 다반사로 구사하는 곳이 있습니다. 정치판입니다.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추천조차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절대 공수처장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닙니다. 야당의 비토권이 확실히 인정되는…"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앞서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했던 말들입니다.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일곱 명 중 여섯 명 이상 동의로 정하게 돼 있습니다. 즉 야당 쪽 사람 두 명이 동시에 반대하면 공수처를 출범시킬 수 없으니 일단 법은 통과시키고 보자는 게 여당의 주장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국민의힘이 추천위원 두 명을 정하자, 말과 표정이 백팔십도 달라졌습니다. 추천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법을 바꾸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섰습니다.

야당이 선출한 위원의 자격을 여당이 왜 문제 삼습니까? 이럴 거면 애당초 야당에 비토권을 줬다고 자랑이라도 하지 말았어야지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순리를 따르면 해법은 간단합니다.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능력과 성품을 갖춘 인물을 제시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바로 그것이 민주당이 늘 말하던 공수처의 정당성과 공 정성을 확보하는 왕도일 겁니다. 그런데 수시로 말을 뒤집고 법까지 바꾸려는 한다면 야당은 물론 국민도 민주당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은 '쓰다'는 말이 지닌 세 가지 뜻을 뒤섞어 세상을 탄식합니다.

"수를 쓰고 힘을 쓰고 억지를 쓰고 별놈의 짓을 다 쓰고… 밥이 쓰다."

쓰다 못해 신물이 넘어올 것 같은 정치판입니다.

10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억지춘양 공수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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