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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식사

등록 2020.10.2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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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옥산서원 상류, 호젓한 계곡가에 기둥 세워, 반쯤 허공에 뜬 5백년 정자가 있습니다.

조선 중기 곧은 선비, 큰 학자 이언적이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했던 독락당 계정입니다. 주인 성품처럼 수수하고 담백한 정자에 한석봉의 글씨가 걸려 있습니다.

'홀로 즐기는 집' 독락당을, 고매한 정신주의 시인 조정권이 노래했습니다.

"독락당 대월루는,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스스로를 가두는 선비의 독락은, 이기적 풍류가 아니라, 자연에 잠겨 홀로 생각하고 공부하고 깨닫는 즐거움입니다.

맹자는 그러나 군주의 독락은 나라에 해롭다며,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여민동락을 말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래, 공식 일정 열에 여덟을 청와대 안에서 소화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중 절반은 내부 업무보고였고, 식사 회동은 일주일에 한 번 꼴이었습니다. 비공개 일정이 제외됐음을 감안해도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동영 당시 대표가 "대통령의 혼밥은 위험신호" 라고 했고,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대통령에게 혼밥하시느냐"고 물었던 일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식사자리에 초대된 사람, 횟수도 의외였습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마흔다섯 번이었고, 그 다음 각료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아홉 번이었습니다. 강 장관이 장수 각료라고는 해도, 같은 원년 멤버 김현미 장관하고만 비교해도 두드러지게 눈에 띕니다.

민정수석 시절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얼마 전 "문 대통령이 내성적인 데다 정치권 접촉이 적어서 사람 쓰는 폭도 좁다"고 했습니다.

지난 4년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초청은 십여차례에 그쳤습니다 어제 국회를 찾은 대통령과의 환담 자리에 참석하려던 제1야당 원내대표가 몸수색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야당은 권위주의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발끈했습니다.

청와대는 야당의 속좁음을 탓하기 앞서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대통령은 "지금은 협치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어색한 상황입니다.

현 집권세력은 소통을 유난히 강조하면 권력을 잡았습니다. 대통령은 광화문에 나가 시민들과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간 직후에는 참모들과 커피잔을 들고 대화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어디에 있습니까?

10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식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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