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문란한 여자가 뭐라는 거야?" "내 조카를 독사 같은 여인에게…"
베토벤은 자신이 증오와 혐오에 찬 고집불통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걸작 '환희의 송가'를 쓴 뒤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증오는, 증오를 품은 자에게 되돌아온다"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는 "증오는 나의 힘, 배신하지 않을 나의 아군" 이라고 노래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나를 삼킨다"고 했지요.
"증오는 증오를 낳고, 검은 증오의 불길이 언젠가는 날 삼키고, 날 멸하고 말겠지…"
증오를 '나의 힘'으로 휘둘러온 스트롱맨이 트럼프입니다. 적을 만들어 편을 가르고 공격함으로써 자기편을 규합하고 결속하는 증오의 정치를 구사했습니다.
"멕시코 사람(이민자)들은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가져오고 강간범입니다."
그는 흑인 시위대를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막 나가는 그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살인자"라고 저주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을 가리켜 소리쳤습니다.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살인자!"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증오를 넘어, 갈 데까지 간 저주의 말에 소름이 돋습니다.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 방역체계를 순순히 따르는 국민들로부터 그리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여기서 다수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것 역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차량 검문소를 설치하고, 불심검문을 하고, 차벽에 미로까지 둘러친 광경을 보고 어느 외신기자는 "미쳤다"고 했습니다.
정권에 반대하는 집회가 아니었어도 그렇게까지 틀어막았겠느냐는 상식적 물음이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
그랬던 대통령이 방역전선에 함께 앞장선 의사는 깎아내리고 간호사는 치켜세워 갈라쳤습니다. 국민을 처참하게 총살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북한 살인 정권에게는 한마디도 못하던 청와대가, 우리 내부 반대진영 국민에게는 살인자라고 호통칩니다.
증오를 원동력으로 삼는 정치를 가리켜 진보 언론학자 강준만 교수는 '증오 상업주의' 라고 했습니다. 그가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는 신간에 이렇게 썼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사람입니다. 은연중에 대통령의 철학과 생각이 스며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이번에도 침묵한다면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속마음까지 의심하게 될 겁니다.
11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살인자라 불린 국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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