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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독|취재후 Talk] 文 "바이든, 당신은 이제 역사이자 희망"…스가보다 통화 4분 더 한 비결은 '보노의 선물'

등록 2020.11.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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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스가 총리는 오늘 아시아 정상 중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잇따라 정상 통화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부터 14분 동안 통화를 했습니다. 일본 교도 통신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보다 30분 빠른 오전 8시 30분부터 통화했지만, 우리보다 4분 짧은 10분 간 바이든과 얘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먼저 통화했다고) 마치 일본이 이겼다는 식의 보도가 있는데, 우리가 먼저 바이든 측에 9시에 통화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바이든의 통화는 어제 오전 10시 즈음에 확정됐습니다. 우리가 먼저 시간을 정하자 일본이 뒤늦게 치고 들어오면서 '굳이' 문 대통령보다 30분 앞서 바이든과의 약속을 잡았다는 겁니다.

오늘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통화 순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통화 시간도 의미가 있다" 하더군요.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보다 4분 더 '바이든의 귀'를 붙잡은 걸 잘 보라는 거죠. 그래서 청와대에 그 '비법'이 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보노"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네, 지난해 12월 내한해 문 대통령을 만난 록밴드 U2의 리더, 그 보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9일 청와대 본관에서 록밴드 U2의 리더이자 인도주의 활동가 보노와 환담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당시 보노는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집에 친필 서명을 담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습니다. 아직 공개된 적 없는 보노의 친필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셰이머스 히니는 저명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저희 가족의 친구입니다. 저는 전세계를 다니면서 그의 시들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마음의 고향이 돼 주기도 했습니다. 이 시들이 대통령님께 축복이 되어 드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 드립니다. - 보노 드림"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9일 청와대 본관에서 록밴드 U2의 리더이자 인도주의 활동가 보노와 환담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바이든의 자서전에 나오는 시 구절을을 인용하면서 축하를 전했다"고 밝혔는데, 그 시가 바로, 보노가 선물했던 셰이머스 히니의 '트로이의 치유(The Cure at Troy)' 입니다.

《일생에 단 한 번, 간절히 기다리던 정의의 파도가 솟구칠 수 있다면, 역사와 희망은 함께 노래하리》라는 구절로 유명한 이 시는 바이든 가족이 모두 외우고 있는 '최애'시라고 하죠.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008년 오바마로부터 부통령 제의를 수락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 오바마는 희망이고 연륜이 많은 나는 역사다"라고요.

눈치 채셨나요? 히니의 시를 인용해 "역사(=바이든)와 희망(=오바마)은 함께 노래하리" 라고 말 한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바이든 당선인에게 "이제 당신은 희망이자 역사가 됐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2008년에는 역사(부통령)였을 뿐이지만, 2020년에는 이제 희망(대통령)까지 됐다고 축하를 한 겁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분위기가 매우 좋아졌다고 합니다.

보노와 히니는 아일랜드인이고, 바이든은 (미국 한 매체에 따르면) 유전자의 8분의 5가 아일랜드에서 왔다고 합니다. 바이든 스스로도 아일랜드계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강조해왔던 만큼 문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첫 통화에서 정서적 부분을 터치 한 거죠.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 첫 통화는 사실 의제가 뻔하고, 주고받는 말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만, 감성적인 접근으로 바이든을 더 붙잡았고 결국 4~5분 가량 일본보다 더 통화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1년 6개월 임기 내에 남북관계와 미북관계에서 성과를 내는 데 올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리더십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교체되면서 지난 3년 반 동안 공들였던 탑을 다시 쌓아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는 바이든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문 대통령의 마음도 초조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 시들이 대통령님께 축복이 되어 드리길 바랍니다."

보노의 이 바람이, 바이든과의 첫 통화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한 건 맞는 듯 보입니다. / 김보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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