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물구나무 선 사람들

등록 2020.11.20 21:52 / 수정 2020.11.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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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이네요"

한중 합작 영화 '호우시절'은, 제목을 두보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11월에 느닷없는 호우주의보가 내리더니 서울에 11월 비로는 113년 만에 가장 많은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하수상한 시절입니다. 그 뒤집힌 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한 장의 사진입니다.

경주 고분에 둘러친 울타리를 비집고 들어가 꼭대기에 버젓이 올라앉은 차.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생각납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살면서 시인은, 말을 거꾸로 읽어 답답함을 풀곤 합니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작가를 가작으로, 시집을 집시로… 읽다 보면 하루를 물구나무 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원래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지난 한 주도 이리저리 뒤집힌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백미는 김해신공항 건설안이 뒤집힌 것이지요.

선거가 다가오니 '신의 한수'가 느닷없이 '신의 악수'로 뒤집히고 국회의원들의 마음까지 뒤집히더니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자는 말도 나왔습니다. 청문회가 너무 신상털이식으로 변질됐으니 본래 취지대로 되돌려 놓자는 얘기입니다. 박수를 보낼 일이지요.

그런데 이런 좋은 얘기가 왜 꼭 개각을 앞두고 나와야만 합니까? 제가 너무 예민한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음 장관들은 도덕성 따지지 말자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자 서울시는 보수 단체가 중심이 된 8.15 집회 탓을 했습니다.

당장 지난주 열린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서둘러 면죄부를 주고 이미 석달도 더 지난 8.15집회 탓을 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숙박, 관광, 공연 할인쿠폰을 천6백만명분이나 뿌려놓고 이제 와서 모임 자제하라는 정부의 오락가락에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역주행의 절정은, 평검사를 보내 검찰총장을 감찰하겠다고 나선 추미애 장관입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만 갖고 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초유의 대면 조사를 하겠다고 시도한 겁니다.

총장이든 누구든 감찰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법무부의 말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국민들이 지금 이 상항을 의도적인 검찰총장 망신 주기로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자신이 정주행 차선을 달리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의도적인 국론 분열 조장이고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고분에 올라간 차 사진을, 시인처럼 거꾸로 뒤집어보면 차가 고분을 들어올린 형상이 됩니다.

자기가 물구나무를 서면  지구를 들어올린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기도 많은 요즈음입니다.

11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물구나무 선 사람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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