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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與女 모임 '행복 여정'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등록 2020.11.23 10:57 / 수정 2020.11.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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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는 '행복 여정(행복한 여성 의원들의 정치활동을 위하여)'이라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이 있다.

꽤 오래전 만들어졌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이 '행복 여정'이 2014년 이희호 여사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는 글이 등장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3월 민주당 여성의원 모임 '행복 여정' 소속 의원들이 故 이희호 여사, 한명숙 前 총리 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민주당 한정애 의원 공식 홈페이지


당시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영선 의원, 이미경·한정애·김현미·서영교 의원 등 굵직한 여성 의원들이 한데 모여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다. 이날 자리에는 권노갑 고문 등이 있었을 뿐, 남성 국회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여성 의원들의 '정치 활동 조직'이었던 것이다.

이후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이 '행복 여정'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4선의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국회 부의장에 도전장을 냈을 때다. 지난 5월 한 식당에서 갓 국회에 입성한 초선을 포함해 여성 의원 15명가량이 모여 사진을 찍었고, 의장단에 여성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국회 성 평등 문제와 여성 정치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도 알렸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 친목 모임인‘행복여정’과 민주당 여성 당선자들이 2020년 5월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 모임은 지난 7월, 헌정 사상 첫 여성 부의장 배출을 성공시키는 '정치 활동' 이후 단 한 번도 모임을 갖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말, 김 부의장이 감사 인사를 한다며 여야 여성 의원들을 사랑재에 초청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그날은 여야를 아울렀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선 '행복 여정' 모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김민석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기획단장은 18일 "어지간한 남성 후보들보다 더 세고, 더 유명한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남이냐 여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행동의 문제"라고도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도 "지금 법적으로 재단이 끝난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야당의 '성 비위 프레임'을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읽히지만, 재보궐 선거 자체를 촉발한 당이 어딘 지를 생각해보면 그새 반성과 사과의 마음은 잊었나 싶어 불안하다.

한 민주당 여성 의원은 "김 단장 개인 의견"이라며 "박 전 시장 논란 이전부터 이미 당헌 당규에 마련돼 있던 여성 가점제를 왜 없애려 하는지 모르겠다. 논란을 키우는 긁어 부스럼"이라고 했다.

젠더 이슈는 어쩔 수 없이 내년 선거 의제로 떠오를 것이다. 선거를 이겨야만 사는 정당 정치의 본분에 따라, 야당은 '대여 공세 카드'로, 여당은 '화제 전환'으로 이 논란에 맞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행복 여정' 만큼은 이 '뻔한 여정'에 한 번쯤 제동을 걸어봐야 하지 않을까.

성추행 논란으로 대한민국 1·2 수도의 수장을 잃은 데 이어, 당 대표가 피해인을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고, 피해 여성은 "나에게 한 사과가 맞냐"고 반문하는 사태가 잇따르는 동안, 양성평등을 목표로 여성 국회 부의장까지 만들어 낸 이들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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