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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佛 전문가 "김해신공항 검증위, 연락 없어"…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등록 2020.11.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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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4년 전 영남권 신공항 타당성 연구의 책임자로 참여한 장 마리 슈발리에 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엔지니어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총리실 산하 검증위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답 대신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장 마리 슈발리에 전 프랑스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지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덕은 아니었다"


"거기는 국토 끝이라 접근성이 좋지 않아요. 그리고 가파른 섬이라 공항을 지으려면 너무 많은 땅을 메워야 합니다."

슈발리에는 당시 연구를 진행하며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경남 김해를 방문했던 일을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부산과 김해 등 지자체에서 왔던 사람들을 만났던 일도 기억난다"며, 지역별 유치 경쟁이 있던 것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기술적' 최적의 방안을 찾은 것 뿐입니다." 슈발리에 팀의 4년 전 결론에서 부산 가덕도는 김해, 밀양에 이어 적정성 평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슈발리에는 4년 전 결정이 여전히 적절했다고 확신했습니다.

2016년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장 마리 슈발리에 전 프랑스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 / 연합뉴스


■ "김해공항 검증위, 4년 전 연구에 대해 묻지 않아"


장 마리 슈발리에는 프랑스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파리 샤를드골 공항 터미널 확장 공사를 비롯해, 일본 간사이공항,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 등 세계 최고 수준 공항들의 건설에 참여했습니다.

은퇴한 뒤 프리랜서로 자문 역을 하고 있는 현재도 우리 정부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최고의 공항 전문가로 꼽히는 그에게, 한국 정부의 결정은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에 상처가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많은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실망스럽기는 하다"며 "김해공항 검증위가 가동되는 동안, 우리 팀의 연구 내용에 대해 확인하는 문의는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 김해가 아니면 가덕도?


슈발리에의 결론을 뒤집은 검증위의 결정은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재검토가 필요하다'였지, '김해보다 가덕도가 공항 부지로 더 적절하다'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가덕도신공항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여당에서는 이번 주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겠다며 속도를 내고,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도 발빠르게 특별법 발의를 마쳤습니다.

4년 전 타당성 조사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가덕도가 김해의 대안이 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2016년 경제성 평가에서 활주로 2개의 공항을 신설할 때 김해공항은 38억달러(약 4조 3897억원), 밀양 52억달러(6조 7050억원), 가덕도는 92억달러(10조 6278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당시 연구팀의 결론이 잘못됐다면, 가덕도신공항 건설 비용과 신공항 부지로 적절한 이유를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부산 지역의 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한다면 답을 정해놓고 검증위를 가동한 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4년 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던 금액(10조 6278억원)은 올해 경상남도 예산 규모에 맞먹습니다. 슈발리에는 인터뷰 말미에 가덕도신공항 건립에 대해 이런 격려 아닌 격려를 남겼습니다.

"기술은 모든 걸 가능하게 합니다. 한국의 기술로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면 지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보다 비용이 2배 더 들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릴 뿐입니다." / 이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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