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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등록 2020.11.24 21:51 / 수정 2020.11.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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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중년 이상의 분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노래, 방송인 배철수씨가 대학시절 불렀던 노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입니다. 김소월의 명시를 조금 고쳐 가사로 붙였지요.

소월은 묻습니다. 철든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별이나 죽음처럼 가고 오지 못하는 일을 겪고, 같은 말도 더 영리하게 하는 것. 그러느니 차라리 세상 모르는 철부지로 살겠다고 합니다. '철부지'에서 '철'은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뜻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거기에 '모른다'는 한자말 '부지'가 붙어, 철없고 철모르는 사람, 철모르쟁이를 가리키지요.

그런데 천둥벌거숭이, 독불장군으로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티키타카처럼 주거니 받거니 해야 일이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스페인어 티키타카는 탁구공이 왔다갔다하거나 축구공을 짧게 주고받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렇듯 상대방과 랠리를 이어가야, 게임도 대화도 이뤄지는 법입니다.

어제 11월 23일은,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어 무고한 국민 네 명이 숨진 지 10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포격 도발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대기업 사장급 임원들을 불러모아 대북 경협과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서울-평양 대표부, 개성 신의주 연락사무소와 무역대표부 설치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통일부 장관이라는 자리를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닌 듯 합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고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어라"고 했습니다. 북한은 꿈쩍도 않고, 대북제재는 여전한데 참 뜬금없고 공허하다 못해 기이하게 들립니다. 이 장관은 지난주 확보도 안 된 코로나 백신을 "조금 부족하더라도 북한과 나누자"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북한에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러고도 다시 "접경지역에 남북 감염병 공동대응센터를 세우자"고 제의했습니다. 무슨 스토킹도 아니고, 손도 정도껏 내밀어야지, 보는 사람 낯이 붉어질 지경입니다.

대통령은 어제 하루 휴가를 내고 미국 선거에서 재선된 하원의원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청와대도 연평도 피격에 대한 메시지는 일절 없었습니다. 찬바람이 휑하고 가슴을 쓸고 가는 것은, 겨울을 타서가 아니겠지요.

11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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