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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윤(尹)의 전쟁

등록 2020.11.25 21:53 / 수정 2020.11.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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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로에? 기관사가 없어요?"

기관사가 시동을 걸어놓고 잠깐 내린 사이, 화물열차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폭발성 화학물질을 가득 실은 채 도시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언스토퍼블' 입니다.

통제불능으로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는, 할리우드가 즐겨 다루는 소재입니다. 그 끝은 어디일까요.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고, 터널을 뚫고 도시 한복판으로 솟아오르고, 마주 오는 열차와 정면 충돌합니다. 시인이, 모질게도 질기게 남의 속 불질러, 벌겋게 뒤집어놓는 매운 아귀찜을 먹습니다.

"소매 걷고 한판 붙을 수도 있지만, 내 입이 더러워질까 봐, 참는다, 참아. 그래 내가 졌다 졌어…"

바둑에서 하수는, 상대를 끝까지 사지로 모는 게 전부입니다. 돌을 잡겠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바둑판을 뱀처럼 쫓아다닙니다. 하지만 이런 하수의 바둑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윤석열 총장을 몰아붙여온 추미애 장관이 급기야 검찰총장 직무정지를 명령했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도 없었던,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그런데 추 장관이 확인했다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비위" 여섯 가지 중에 넷은 이미 언론과 국민이 지켜봤던 사안들입니다. 그중에 둘은 사기범들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이 있습니다.

재판부 사찰 주장에 대해서는, 기소 사건이 어느 재판부에 배당되는지 공개된 정보를 봤을 뿐이라는 게 대검 얘기입니다. 정작 놀라운 것은, 윤 총장이 대권주자 여론조사 1위에 올라 검찰총장으로서 신뢰를 잃었다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윤 총장은 과거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퇴직 이후 국민에게 봉사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한 걸 정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한 듯 하지만 국민에게 봉사하는 일이 정치밖에 없는 건 아니지요.

그런데도 민주당은 곧바로 거들고 나섰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혐의가 충격적" 이라며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국정조사에 사법처리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권위주의 시대로 퇴보하고 있습니까. 대통령은 윤 총장 직무배제를 사전에 보고받고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우리,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했던 당부를 새삼 떠올립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11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윤(尹)의 전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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