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메아 쿨파, 내 탓이오

등록 2020.11.26 21:56 / 수정 2020.11.26 22:02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오늘은 공중 납치된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대통령이 테러범들을 물리치는 오락 액션영화, '에어포스 원'의 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걸로 끝내선 안 돼" 

대통령이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매듭짓는 자세는, 국방장관이 대신한 이 대사에 담겨 있습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집니다" 

여기서 '벅(Buck)'은 서부시대 도박꾼들이 딜러 앞에 놓아뒀던 주머니칼을 가리킵니다. 딜러를 제대로 못하면 책임을 진다는 뜻이지요. 트루먼이 집무실 책상 명패로 올려놓고 좌우명으로 삼은 이래, 대통령의 국정 자세를 상징하는 금언으로 전해옵니다.

"최종 책임은 단연코 저에게 있습니다."

바이든도 이 명언을 대선 광고에 내세웠습니다. 잘된 일은 자기가 안 했어도 자기 덕이고, 잘못된 일은 모르쇠 하는 트럼프 어록도 등장합니다. 

"아니오, 나는 전혀 책임이 없습니다"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사태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차관급 일선 고검장 여섯 명이 추장관의 재고를 건의하는 성명서를 냈고, 대검 중간간부들과 전국 검사장들도 비슷한 입장을 냈습니다.

부산 동부지청에 이어 적어도 전국 여러 곳의 검찰청에서 7년 만의 평검사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렇다면 헌정 사상 초유라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7년 전 채동욱 총장이 개인 윤리 문제로 사퇴했을 때 당시 민주당이 했던 말이 거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던 검찰총장을 내쫓지 않았습니까?"

민주당은 "채동욱 몰아내기는 공개적이고 비겁한 국기문란"이며 "대통령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이라고 했지요.

법무장관 교체 요구를 청와대가 거부하자 당시 문재인 의원은 "민주주의의 밤, 암흑의 터널" 이라고 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 글도 돌아보겠습니다. "채동욱,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 의중이 명확히 드러났다. 무엇을 겁내는지 알겠다"

수필가 피천득은 "금강석 같은 말은 있어도, 찬란한 침묵은 없다"고 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잠잠하면 지혜로워 보인다"는 성경 구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지는 자리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면서도 명언을 남겼습니다.

"대통령은 책임을 남에게 떠넘길 수 없다. 그것이 대통령의 일이다."

11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메아 쿨파, 내 탓이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