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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안합니다

등록 2020.11.30 21:52 / 수정 2020.11.3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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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주먹 타이슨이 어제 복귀전에서 졸전을 펼쳤습니다만, 1995년 성폭행으로 3년을 복역하고 나왔을 때는 달랐습니다. 흥행사 돈 킹이 첫 상대와 두 번째 상대로 쉽게 이길 선수, 이른바 '토마토 통조림'을 붙여줬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상대는 세계 챔피언이었지만, 두 번 승리로 불이 붙은 타이슨은 3회에 때려눕히고 정상에 복귀했습니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승자 효과' 입니다.

신경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승리를 경험하거나 권력을 쥐면 뇌가 바뀐다고 했습니다. 정치심리학에서는 이를 '권력의 패러독스'라고 부릅니다. 권좌에 오르기 전에는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던 사람이 권력을 손에 쥐면 달라지는 현상을 가리키지요.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사이트에 오른 글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가 화제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열세 번 미안하다고 하는 글인데, 이렇게 시작합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물러났을 때 욕했는데, 윤석열 찍어내기를 보니 욕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국민에게는 집 사지 말라며 집값 올리는 걸 보니, 집 사라고 했던 것은 서민을 위한 선견지명"이라는 대목도 있습니다. 두 정부의 소통 성적표를 비교한 기사도 눈에 띕니다. 기자회견 횟수 5 대 6,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 10 대 23, 서울 아파트 평당 가격 상승 5백만원 대 천5백만원…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소환되고 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다. 부담과 책임이 싫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들이 구속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과 검찰 수사를 담담히 받아들였던 노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이 말만 하면 공격하더니 지금은 대통령의 침묵에 독설을 쏟아낸다"고 맞받았습니다.

링컨은 "어떤 사람의 인간 됨됨이를 알고 싶다면 권력을 줘보라"고 했습니다. 진보논객 강준만 교수는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문재인 정권은 DNA가 다르다고 하지만 특정 권력에게, 다른 권력과 다른 DNA 같은 건 없는 법이다"

11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미안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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