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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자원봉사자였던 '이낙연의 20년 지기'는 왜?

등록 2020.12.04 14:16 / 수정 2020.12.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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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20년 지기가 지난 3일 목숨을 잃었다.

당 대표 부실장이었던 이 모 씨는 하루 전인 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의 서울 종로 사무실에 놓인 복합기 대여료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관계사 트러스트올로부터 대납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저녁식사 후 조사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후 종적을 감췄고, 하루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 '자원봉사자'가 왜?

문제의 복합기가 놓였던 4.15 총선 무렵엔 이 부실장은 이낙연 후보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현재 이 대표의 의원실 참모들은 "당시 이 부실장이 '지인이 복합기가 남는다고 해 가져왔다'고 했다"며 "누군가가 회계 처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회계 담당자나 사무장이 실수로 이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 신분이어서 특별히 지시를 받고 한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당연히 이 대표는 전후 맥락을 알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의원들은 이 부실장이 선관위로부터 검찰 고발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내다봤었다. 일단 대납 받은 복합기 대여료가 매달 11만 5천 원 씩 총 46만 원으로 소액인데다, 이 대표가 이를 사전 인지했거나 직접 문제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회계담당자 선에서 처분은 끝날 일이라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확대되더라도, 이 대표의 의원직 면탈까지 초래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대표를 모시는 참모로서, 더구나 당시엔 자원봉사자 신분에 불과했던 이 부실장이 왜 극단적 선택까지 해야만 했는지, 계속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 '당비 대납' 혐의로 긴급 현장 체포…트라우마 때문에?

이 대목에서 이 부실장의 자원봉사자 신분이 조금 의아한 건, 이 대표와 오랜 인연이라는 점 때문이다. 광주 출신인 이 부실장은 2003년 전남 영광·함평 민주당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전남 함평군영광군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쭉 이 대표의 지역 사무실 사무장 역할을 하며 주로 지역구 일을 도맡았다고 한다.

이랬던 이 부실장이 2014년 이 대표의 전남도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2만 명의 당비 3천여만 원을 대납한 혐의로 기소돼 1년 2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 부실장이 이를 전체적 기획하고 자금을 마련하고, 선거사무소 사무차장과 간사들을 교사해 당비 대납을 실행하도록 지시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부실장 외에 다른 피고인들은 벌금형이나 사회봉사 처분을 선고받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실장은 당시 일하던 중 긴급 체포됐다고 한다. "당시의 기억은 이 부실장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듯 했다"고 복수의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출소 이후 8개 월 만에 당시 이낙연 전남도지사의 정무특보로 기용됐지만, 그전까지 벌이가 없어 방황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런 그가 6년 만에 또다시 검찰 조사를 맞딱뜨리게 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겠냐는 것이다.

■ "강압수사는 없었다는데…"

이 부실장이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대표에게 누를 끼칠까 염려했기 때문 아니겠냐는 추측은 이 대표 측에서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참모는 "이 대표가 내용을 모르는 기사들이 계속 나오니까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 수사는 평이했고, 강압 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부실장과 함께 검찰 조사에 임했던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에서 이 부실장의 개인 비위가 불거졌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 언론은 금품 수수가 포착됐다고 보도했고, 그전엔 이 대표의 여의도 사무실 보증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서실장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슬픔을 누를 길이 없다.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간략한 입장만을 밝혔다. 최고위원회의 참석 이후 방문한 빈소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왜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지, 민주당과 검찰이 진실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야말로 남은 이들이 해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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