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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늙기도 서럽건만

  • 등록: 2020.12.07 21:53

  • 수정: 2020.12.07 21:59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서는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소리꾼 장사익은 성대에 난 혹 수술을 받고 넉 달을 묵언하며 발버둥치다 목소리를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선 무대를 시로 꾸몄습니다. 좋아하는 시에 곡을 입혀, 나이 일흔을 바라보며 인생이 곰삭아가는 소회를 담아냈습니다.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스스로 아픔을 품어 깊어지는 것이 노년의 삶이겠지요. 하지만 그는 "늙은 나를 초라하게 쳐다보는 젊은이"처럼 노인에게 날아드는 차가운 시선에 아파합니다. 지난해 청와대 경제보좌관이라는 분이 강연했지요. "50대, 60대도 할 일 없다고 산이나 가고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고 말입니다. 여당의 5선 중진 의원은 또 "연세가 많은 분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정확히 받았나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여당을 거쳐 이번엔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의 '보수적 노인론'이 불거졌습니다. 고령자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것은 "자신들의 주택 자산가치를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이라는 겁니다. 주거문제로 고통받는 청년층을 배려해야 한다며 제기한 주장이긴 합니다만, 노인과 주택 소유자, 보수정당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을 시장이 아니라 정치와 이념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주택정책 수장에게 온당하냐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변 내정자가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재개발 정책을 이기려면 헌재와 대법원의 모든 판례를 뒤집을 사회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던 주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토부 장관 경질은, 현정부 들어 발생한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수습해 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기대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변 내정자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제일 잘한다"고 평가한 걸 보면 청와대가 굳이 경질이 아니라고 사족을 단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와중에 노인들만 또다시 애꿎은 도마에 오르며, 요즘 말로 '의문의 1패'를 당했습니다.

12월 7일 앵커의 시선은 '늙기도 서럽건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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